갑자기 다리에 힘이 좍 빠지는 기분-노무현 대통령과 고건 총리의 기분일 것 같다.
그래서 화가 치밀면서도 한편으론 "안됐다, 일이 왜 이리 자꾸만 꼬일까" 안타까운 심정이 드는 것이다.
양길승 청와대 1부속실장은 '술판 향응'으로, 탁병오 총리비서실장은 수뢰사건으로 대한민국 행정부의 수장(首長)두분을 낯을 들 수 없게 만들었다.
"너희는 '바담풍'하면서 우리만 바람풍하라는 거냐"고 대들어도 할 말이 없게된 것이다
우리는 우선, 결과적으로 '문제의 확대'를 몰고온 민정수석실의 직무태만부터 탓하지 않을 수없다.
6월28일의 청주 향응사건이 그 열흘후 인터넷에 떴을 그때 일벌백계 했으면 문제는 간단했다.
오히려 공직사회엔 약이 됐을 터이다.
그것을 청와대의 두 문(文)씨가 '구두 주의'주기로 양해하고, 더구나 대통령에겐 입을 다물기로 한데서 문제가 일파만파 해버린 것이다.
청와대가 무슨 구중궁궐인가, 덮는다고 다 덮이게? 음모론을 제기하지 말라. 그것은 집권층 내부의 문제일뿐 비서실 기강해이·향응의 흑막과는 전혀 별개이다.
문제를 덮은것, 그리고 언론에 폭로되자 발설자 찾기부터 혈안이면 문 실장과 문 수석은 대통령을 잘못 모시는 것이다.
"선비같아야 할 청와대 비서들의 몸가짐이 꼭 옛날 '아전'같다"는 한 시민의 평가에 청와대 사람들은 할말이 없게됐다.
대통령 몰래 지방에서 거나하게 술대접 받은것이 비서관들의 새만금 헬기 사용(私用)으로 시끌벅적했던 바로 그 와중의 일이면 양 실장은 대통령을 놀린 것이다.
춘향전에서 방자가 이도령을 우롱한 것이다.
더구나 청주잠행 이유가 대선 동지들 격려차원이라니? 격려하러 간 사람이 칙사대접을 받고 오는가?
총리실도 딱하긴 매한가지다.
당시 고건 서울시장은 자신의 최고업적이 서울시가 '복마전'이란 오명을 싹 씻어낸 것이라고 자랑했다.
그때 그 정무부시장이던 탁 실장이 돈을 먹고 이제야 구속됐다면 총리는 오히려 낯간지러워해야 하지 않는가? 이러면 청탁과 부패는 사라지지 않는다.
지하로, 더 깊이 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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