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끝나고 난뒤 혼자서 무대에 남아 아무도 없는 객석을 본적이 있나요. 힘찬 박수도, 뜨겁던 관객의 찬사도 이젠 다 사라져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있죠. 정적만이 흐르고 있죠'.
오페라 목화가 끝나고 어두운 무대 뒤에서 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간혹 유행가 가사는 이처럼 우리 마음에 원색적으로 파고든다.
클래식 음악이 한 겹씩 벗길 때마다 새로운 속살을 내 보이는 양파와 같다면 유행가는 겉과 속이 모두 불타듯 붉은 자두와 같다.
보는 순간 군침이 돌고 처음 한 입이나 마지막 한 입이나 예상한 맛에서 벗어나지 않는 단순함도 있지만 계절이 돌아 오면 어김없이 찾게 되는 그런 것 말이다.
참으로 많은 음악회를 해 왔지만 매번 느끼는 허무함과 외로움이 또 다시 나를 무대로 내 모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꼭 그것만은 아니다.
항상 음악회를 끝낸 밤에는 흥분으로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좀 더 잘할 수 있었다는 후회와 노래하는 순간 음악의 아름다움에 터질 듯한 나의 가슴, 거기에 환호하는 관객들의 박수 소리까지, 그렇게 밤이 지나가고 새벽이 다가오면 살아있음에 전율을 느낀다.
사람들은 간혹 두 번의 삶을 가질 수 있다면 한 번은 하고 싶은 대로, 한 번은 되고 싶은 대로 노력하며 살 것이라 한다.
사실,한 번의 삶만이 주어진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길에 놓여있지 않은가? 내 인생이 이리 될 줄 알았더라면 그런 결정을 하지않았을 텐데 후회하기도 하고, 혹은 잘 한 일이라 미소도 짓는다.
두번의 삶이 주어진다면 하고 싶은 것과 되고 싶은 것이 다른 이도 많겠지만 생각 해보면 난 아무래도 바보스러울 정도로 노래, 그 하나만 가지고 싶다.
하나의 가치만을 사랑하며 살수 있는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또 다시 연주를 준비하며 가을을 기다린다.
이인철 성악가.바리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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