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군위안부...끝나지 않은 전쟁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제 강점기에서 벗어난 지도 60년이 가까워 오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 친일파와 종군위안부 문제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국적포기서' 제출은 또 우리가 얼마나 사태해결에 소극적이고 무심했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여성학자 안연선씨가 지은 '성노예와 병사만들기'(삼인 펴냄)는 종군위안부의 생생한 이야기다.

1992년 지은이가 한국정신대연구회에 참여, 할머니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후 10년 만에 펴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옛 위안부 13명, 옛 일본 군인 17명을 직접 만나 나눈 이야기와 옛 위안부 38명에 대한 기존의 구술자료를 바탕으로 썼으며 위안부문제에 대한 국내외 연구를 분석하고 있다.

"대개 아침을 먹고 9시 경부터 군인을 받았는데…졸병들이 오후 4시쯤에 부대에 돌아가면 그 후 장교들이 와서 밤 10시 정도까지 있다가 갔다.

그 이후는 자고 가는 긴 밤 손님이 들어왔다".(문옥주 할머니)

"침대에 누워 군인을 받으며 주먹밥을 먹어야 했어. 그것도 산 목숨이라고…".(박순애 할머니)

"사실 군대내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위안부였다.

군인들은 미친 동물이나 마찬가지니까…".(옛 일본군 장교 요시오카 다다오)

이런 기술들은 세월이 흘러 그나마 희석된 것들이다.

많은 위안부들은 성병에 걸려 돌보는 이 없이 죽어갔고, 새디스트적인 성노리개가 돼 폭력속에서 숨져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살아남은 이들은 몸과 마음이 다 망가졌고 고향에 돌아와서는 수치와 비난, 오명에 시달려야 했다.

또 다른 많은 위안부들은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고 동남아 등지로 도망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이 위안부들의 단순한 기록만은 아니다.

여성학자로서 '여성이라는 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 '후기 식민주의 국가의 시민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하는 학문적인 문제로 들여다보고 있다.

지은이는 "피해자와 행위자라는 이분법적인 틀로는 일상생활에서 여성 자신의 억압과 저항의 개념을 읽을 수 없다"며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피해자와 의식적인 행위자라는 둘 사이의 다면적인 변화를 탐구해야 옛 위안부들의 자리매김이 가능할 것"으로 결론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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