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태권도 미국인 응원팀의 산사체험

U대회 관심이 북한팀에 쏠리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으나, 곳곳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세계 구석진 나라 선수단과 깊은 인연을 쌓아가거나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하려는 활동들에 열심히 나서고 있다.

대회 관계자들은 바로 이런 활동이 세계 속에 한국을 심는 올바른 장기적인 투자라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자국 태권도팀을 응원하겠다며 본국에서 달려온 10여명과 대구에서 합류한 10여명 등 미국인 응원단 20여명이 비슬산 소재사(달성 유가면) 일대에서 24일까지 1박2일간 산사(山寺) 생활을 했다.

대구 황태자태권도장 김봉재(36·범어동) 관장과 경주 안강 현대도장 김대진(29) 관장이 앞장 서 마련한 프로그램. 달성태권도협회는 이들이 지나치는 거리 곳곳에 환영 플래카드를 내걸어 박자를 맞췄다.

태권도 경기장인 경북고에서 연일 목소리 높여 자국팀을 열렬히 응원하고 있는 이들은 23일 오후 늦게 버스 2대에 나눠 타고 소재사를 찾아 먼저 한 시간여 동안 예불과 참선을 체험했다.

저녁에는 산나물에 고추장까지 든 비빔밥이 나왔으나 "베리 굿"(very good)을 연발, 사찰측은 24일 아침 식사로도 비빔밥을 내야 했을 정도. 잠을 인접 자연휴양림 통나무집에서 잔 이들은 다시 새벽 예불과 참선에까지 참석하고는 곧바로 비슬산을 누비며 그 정기를 줄겼다.

소재사 승허(54) 스님은 "귀한 손님들이 우리 불교문화를 실감 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했다"며 "이런 문화가 낮설텐데도 미국인들은 적극 참여하고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미국 응원단 중 10여명은 대회에 맞춰 현지로부터 날아 온 변호사, 사업가, 교사 등이나, 모두가 태권도의 역동성과 순발력에 깊이 매료된 마니아들이라고 했다.

대부분 초단에서 3단까지의 국제 공인 단증을 갖고 있고 종주국인 우리 태권도 관계자들과도 친분이 두텁다는 것.

LA에서 변호사로 활동한다는 앤드류(35)씨는 "한국 전통 건물로 지어진 소재사 분위기가 경건하고 엄숙한 데다 아름다운 휴양림과도 어우러져 정신을 맑게 하고 에너지를 북돋워 줬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교사인 스페이스 아만다(30·여)씨는 "정숙하고 아름다운 산에서 한참을 참선하며 내 자신을 돌아 볼 수 있었다"며 "소재사에서의 하룻밤은 평생 못잊을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응원단을 안내한 주한미군 윌리엄 바네스(37) 중령은 아들(12) 딸(9)까지 대동해 다른 응원단원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자비로 산사 체험을 주선한 김봉재 관장은 "바네스 중령 승단심사 때 심사위원을 맡았던 인연으로 친분이 쌓여 이번 프로그램을 안내하게 됐다"며, "우리나라의 반미 감정이 양국간 관심사가 되고 있는 중이어서 서로에 대한 더 충실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다"고 했다.

미국인 응원단은 24일 오전 전통 마을인 화원 문씨 세거지, 인흥서원, 고분, 달성습지 등을 둘러보고 다시 경북고로 달려가 자국 태권도 선수들의 파이팅을 외쳤다.

강병서기자 kb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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