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두꺼비의 나이 자랑

옛날 옛적 갓날 갓적, 호랑이가 담배 피우고 까막까치 말할 적에, 당나귀에 뿔 나고 수탉에 귀 돋칠 적에, 어느 산 속에 여우와 노루와 두꺼비가 살았어. 셋이서 동무로 지내면서 여기 저기 놀러도 다녔는데, 하루는 놀러 가다가 떡 한 덩이를 주웠어. 떡을 한 덩이 주웠으면 셋이서 똑같이 나눠 먹으면 좀 좋아. 모두들 욕심이 나서 저 혼자 떡을 다 차지하려고 눈을 끔뻑끔뻑, 고개를 갸웃갸웃, 침을 꿀꺽꿀꺽, 이런 난리가 없구나. 그러다가 여우가 먼저 꾀를 냈어.

"얘들아, 우리 이럴 게 아니라 내기를 하자".

"내기는 무슨 내기?"

"나이 많기 내기를 하자. 나이를 대 보고, 누구든지 나이가 제일 많은 놈이 떡을 다 먹기로 하자".

"그래, 그러자".

노루와 두꺼비도 좋다고 해서, 셋이서 나이 자랑을 시작했어. 맨 먼저 여우가 나이 많은 자랑을 했어.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하늘이 처음 생길 때 태어났지. 하늘에 달과 별을 박는 일을 내가 했으니까 말이야".

하늘이 처음 생길 때 태어났으면 그 나이도 굉장할 것 아니야? 그런데, 그 말을 듣고 노루는 놀라는 게 아니라 콧방귀를 탁 뀌어.

"노루가 하늘에 달과 별을 박을 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지? 그 사다리 만든 나무를 내가 심었어".

가만히 들어 보니 노루가 여우보다 훨씬 더 나이가 많겠거든. 여우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하늘에 달과 별을 박았는데, 그 사다리 만든 나무를 노루가 심었다고 하니 참 어마어마하잖아. 나이 많기로 말하자면 그보다 더한 건 없을 것 같단 말이야.

"어험, 이만하면 내가 제일이렷다.

그럼 떡은 내가 먹겠다".

노루가 뽐을 내면서 떡을 가져가려고 하는데, 옆에 있던 두꺼비가 갑자기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엉엉 우네. 말은 한 마디도 않고 서럽게 울기만 하니까 여우와 노루가 다 놀랐지.

"얘, 두껍아. 너는 왜 우니?"

달래 놓으니까 한참만에 울음을 그치고 두꺼비가 한다는 말이,

"나한테 손자가 둘 있었는데, 맏손자놈은 사다리 만들 나무를 심다가 구덩이에 빠져 죽고, 둘째손자놈은 그 사다리 타고 하늘에 별과 달을 박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죽었어. 너희들 말을 들으니 그 손자놈들 생각이 나서 운다" 이러는구나.

그러니 여우와 노루가 그만 기가 탁 질려서 아무 말이 안 나와. 두꺼비 손자들이 사다리 만들 나무 심고 하늘에 별과 달을 박았으면, 노루와 여우가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두꺼비 손자뻘 밖에 안 된단 말이거든. 그러니 더 무슨 말을 해? 둘 다 기가 탁 질려 버렸지 뭐.

"에잇, 너한테는 못 당하겠다.

떡은 너 혼자 다 먹어라".

그래서 두꺼비 혼자 떡을 다 먹었대. 여우와 노루한테는 한 입도 안 주고 저 혼자 다 먹었어. 그러니까 여우와 노루가 화가 나서 두꺼비를 밤송이 밭에 메어다꽂았대. 그 때 두꺼비 등에 밤송이가 박혔는데, 아직도 두꺼비 등이 우둘투둘한 것은 그 때 밤송이가 박혀서 그런 거래.

서정오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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