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팻 독 스트레스

몇년전 부턴가? 전문대학에 생소하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 벤처학과들이 등장해 관심을 끌었었다.

장례(葬禮)지도과, 차(茶)문화과 같은 것들이 나오더니 작년엔 '애완동물 뷰티패션과'에 '건축 리모델링 인테리어과'같은 그럴듯한 학과들이 속속 간판을 걸었다.

생각과 행동양식과 좋아하는 것들이 급속히 세분화되는 사회변화에 영합한 것이긴 하나 다양성의 추구를 통한 경쟁력의 강화.확대란 측면에서 환영아니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 '애완동물 뷰티패션학과'에서 애완동물과 사람이 공동생활을 하면서 지켜야할 규칙 등 공중도덕을 가르친다는 얘기는 들은 바 없다.

당장 오늘 아침 대구시내 어느 주택가 뒷산의 산책로에선 40대 여성과 20대 여성의 도(度)를 넘은 입씨름 장면이 연출됐다.

"개 좀 붙들어요, 산에 개를 데리고 오면 어떻게 해요!" "안 물었잖아요!" 개에 질겁한 40대와 개가 사랑스럽기만 한 20대의 공방전은 급기야 욕설로 '에스컬레이트'돼 갔다.

이젠 흔히보는 장면이다.

▲워치 독(Watch dog.감시견)보다 팻 독(Pet dog.애완견)이 더 많아져 버린 상황에서 애완은 있되 애완문화는 눈닦고 봐도 없는데서 생겨난 신종 스트레스다.

그래서 붐비는 등산로.산책로마다 '견공(犬公) 입산금지'란 네모난 현수막이 내걸리게 됐다

항의성 민원이 빗발친 탓이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고 빨듯이 하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또 엄청 싫어한다.

개의 종류와 크기에 관계없이 싫어한다.

저만치 개만 보여도 공포감부터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거나 몰상식하게 "아직 안 물었잖아요"하고 쏘아대는 팻 마니아(Pet mania)는 마니아가 될 자격이 없다.

▲즐기려면 지켜야 한다.

건교부가 내년부터 산이나 어린이 공원, 대중들이 붐비는 도시근린공원에 애완동물을 데리고가면 최고 1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한다.

당연히 수백만 동물애호가들의 반발이 있을 법하다.

이미 서울시같은 경우는 목줄과 배변봉투가 없는 견공(犬公)에 대해선 공원출입을 금지시키고 있다.

애완의 기쁨을 누리려면 그에 상응하는 의무와 책임을 져야한다는 점에서 마니아 집단과 건교부와의 건설적인 대화있기를 제안한다.

▲결국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문제에서도 언제나 관(官)이 민(民)에 뒤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게된다.

500만명이 넘는 애견인구에 발맞춰 대학에선 애완뷰티패션과까지 생겼고, 애견업소가 동물병원보다 더 성업하면서 다툼까지 예상되고, 나아가 난립에 따른 부작용까지 우려되는 판국이면 행정당국은 벌써 전담부서 하나쯤은 만들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이 자치행정의 창의적 사고(思考) 아닌가, 가듭 문제를 제기해 보는 것이다.

강건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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