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수생...올 입시 최대 변수되나

지난 16일 마감한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원서 접수 결과 재학생 대 재수생의 비율이 70.68% 대 27.34%로 지난해(71.34% 대 26.60%)보다 재수생 비율이 다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시자는 줄었는데도 재수생이 4천명 이상 증가한 이유는 내년부터 7차교육과정이 적용돼 입시제도가 크게 바뀜에 따라 올해를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수능시험에 재응시하려는 이른바 '반수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원서 접수 결과가 발표되자 고3생들과 학부모들은 바짝 긴장하며 불안해하고 있다.

상위권 대학과 인기학과의 경우 특히 재수생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올 입시에서 재수생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를 짚어본다.

◇재수생 증감 추이

재수생 수는 96학년도를 기점으로 99학년도까지 매년 줄어들다가 2000학년도부터 다시 늘어났다.

2002학년도에 대폭 감소하였고 2003학년도에도 감소세는 이어졌다.

99학년도까지 재수생 수가 줄어든 이유는 상위권 대학의 특차모집 확대와 정시모집에서 실질적인 복수지원 기회의 증가로 고득점 수험생들의 탈락이 현저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2000, 2001학년도에 재수생이 다시 늘어난 것은 IMF 이후 대학가의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대학 재학생으로 하여금 다시 수능시험에 도전하게 했기 때문이다.

취업 재수보다는 수능시험을 다시 쳐서 유망한 학과에 들어가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과 고득점 재수생이 실제로 많이 나오는 사례 등이 재수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2002, 2003학년도에는 수험생 자연감소로 인해 재수생도 감소했다

2004학년도의 경우 전체 응시자 수는 작년보다 줄었는데 재수생은 4천400여명 늘어났다.

내년부터 7차교육과정에 따른 새 대입제도가 도입되기 때문에 구제도에서 마지막으로 응시기회를 가지려는 대학 휴학생 및 대학 재학생들이 대거 수능원서를 냈기 때문이다.

◇재수생 강세의 허와 실

최근 몇 년 동안 의대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그룹은 재수생이라고 할 수 있다.

상위권 재수생의 절대 다수가 의·약 계열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일부 학과에 한정될 뿐이고 전체적으로는 수험생 점유비율(27.34%)만큼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평소 모의고사에서 재수생들은 분명히 재학생보다 성적이 높다.

그러나 후반기로 갈수록 재학생과의 격차는 줄어들며 실제 수능시험에서 역전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고3담당 교사들은 재수생 강세가 사실이긴 하나 실제보다 과장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수능시험을 치른 뒤 서울의 대다수 대형 입시학원들은 수능시험 난이도를 전년도보다 쉽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하루 뒤 교육과정평가원은 가채점 결과를 분석하여 전년도보다 어려웠다고 발표했다.

이에 당황한 입시학원들은 문제는 쉬운데 재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성적이 내려갔다는 해괴한 해명을 했다.

고교 진학담당자들은 "난이도란 재수생이 아닌 당해 연도 고3 재학생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라고 반박하며 입시학원들의 그런 분석은 진실을 호도하고 재수를 조장하려는 음모라고 반박했다.

어쨌든 올해 입시에서 최상위권 대학과 인기 학과의 경우 재수생이 여전히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대학에 적을 둔 이른바 반수생들은 만족할 만한 점수를 받지 못하면 아예 지원을 포기하고 복학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재수생이 전체 입시에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각자 처한 상황에서 최선 다해야

고3생들의 경우 7차 교육 과정 하에서는 재수를 할 수 없다며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불안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많은 고3생들과 학부모들이 내년에는 재수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이다.

내년에는 서울대를 비롯한 상당수 명문대학들이 실질적인 학생부 성적 반영 비율을 줄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언어영역 배점이 120점에서 100점으로 줄어들고, 수학과 영어는 각각 80점에서 100점으로 늘어난다.

일반적으로 수학과 영어는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비례하여 성적이 오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학습 시간이 많은 재수생이 매우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현 시점에서 재수를 염두에 두고 마무리 학습을 게을리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 수험생만이 재수를 해도 승산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면 된다.

재수생의 경우 자신의 학습 페이스를 일관되게 유지하며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재수생은 모의고사는 강해도 실제 시험은 약하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버리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재학생이든 재수생이든 결과를 미리 낙관하여 방심하거나, 비관하여 포기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시간이 없다고 건성으로 책장을 넘기는 일도 없어야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평상심을 유지하며 능동적인 자세로 그동안 배운 내용을 정리해야 한다.

승부는 지금부터다.

근거없는 정보에 현혹되어 힘을 빼서는 안 된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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