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의 미묘한 눈썹 표정은 물론 가녀린 호흡까지 바로 느낄수 있는 몇 안되는 공간입니다".
대구기독교방송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 '행복한 아침'(매주 월~금 오전10시35분)의 아나운서 지영애(34)씨와 '음악산책'(매주 토 오전10시35분) 진행자 최영애(38)씨. 청취자들을 상대로 클래식 음악의 가교 역할을 맡고 있는 이들은 살아있는 문화공간을 가꾸어가는 문화 전도사들이기도 하다.
매달 한차례씩 순수 아마추어 클래식 동호인들의 모임인 '산책음악회'를 2년째 이끌어 오는 이들은 성만 다를 뿐 이름이 같아 마치 자매같다.
호흡도 척척 잘 맞아 산책음악회를 맛깔나게 이끌어가는 주역들이다.
'산책음악회'는 지역에서 흔치 않은 성격의 음악회다.
100여명의 회원들 중 열성적인 회원들이 낸 회비로 연주자들을 초청해 음악회를 열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오후 7시30분 대구시 수성구 중동 효성여성병원 지하 문화홀에서 70여명의 애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주년 기념 음악회'도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꾸며진 자리였다.
지금까지 경북대 북문 레스토랑에서 열던 것을 이날부터 장소를 이리로 옮기게 됐다.
초대 연주자는 트럼펫 주자 이수철씨와 테너 박형욱씨, 소프라노 이윤경, 피아니스트 이수정씨. 지씨는 "실력 있는 연주자들에겐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순수한 열정을 가진 애호가들에겐 살아있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하자는 동기에서 출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관객 중에는 대구의 내로라하는 음악마니아들과 전문직 종사자, 주부, 대학생 등 다양하다.
물론 회원아닌 사람들도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다.
2돌을 맞은 산책음악회는 두 사람의 숨은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뻔했다.
당초 기독교 방송의 공개행사로 시작됐다가 자체 사정으로 중단될 위기에 처했을 때 두 사람과 주변의 음악애호가들이 나서 '산책'이란 모임을 만들어 지금까지 키워온 것. 두 사람은 연주자 섭외와 회원 모집 등 음악회의 여러 일을 도맡고 있다.
특히 '산책음악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은 두 진행자의 감칠맛 나는 사회. 연주에 앞서 아나운서 지영애씨가 곡과 연주자에 대한 전체적인 설명을 하면 대학에서 음악사를 강의하고 있는 최영애씨가 알기 쉽게 해설을 덧붙이는 식으로 진행한다.
최영애씨는 "음악회가 끝난뒤 연주자와 관객들이 한데 어울려 음악이야기로 밤을 지새우는 것 또한 이 음악회의 독특한 뒤풀이 행사"라고 말했다.
"우린 대통령의 딸이에요. 이름이 둘다 '영애'잖아요"라며 소녀처럼 웃음을 터뜨리는 두 사람은 작지만 아름다운 음악회를 통해 지역사회에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었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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