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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방귀시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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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스운 이야기 하나 할까.

옛날 어느 곳에 방귀 잘 뀌는 총각이 살았어. 얼마나 방귀를 잘 뀌었는지, 이 총각 사는 집에는 구들장이고 장지문이고 마룻장이고 성한 게 하나도 없어. 방귀를 한 번 뀌었다 하면 그 바람이 얼마나 센지 구들장이 들썩들썩 장지문이 덜컹덜컹 마룻장이 삐걱삐걱하는데, 이런 방귀를 시도 때도 없이 내놓으니 어찌 되겠어? 뭐 집안에 남아나는 물건이 하나도 없지. 그래서 이 총각이 집에서 쫓겨났어. 살림살이 다 거덜낸다고 식구들이 쫓아낸 거야.

이래서 이 총각, 하릴없이 집에서 쫓겨나서 여기 저기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됐어. 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니 한 가지 소문이 들리는데, 그게 어떤 소문인고 하니 어느 마을에 가면 방귀 잘 뀌는 처녀가 있다고 그러거든. 그 처녀야말로 세상에서 제일가는 방귀쟁이라는 거지. 그 소문을 듣고 이 총각이 그만 오기가 버쩍 났어.

"뭐라고? 세상에서 제일가는 방귀쟁이라고? 흥, 어림없다.

어디 나한테도 당하는지 보자".

이 총각이 그 길로 방귀쟁이 처녀가 산다는 마을을 찾아갔어. 마을 사람들한테 물어서 집을 찾아가 보니, 마침 처녀는 집에 없고 부엌 아궁이 앞에 강아지 한 마리만 동그마니 앉아 있더래. 낯선 사람이 들어오니까 강아지가 보고 멍멍 짖는데, 총각이 그만 부아가 나서 궁둥이를 강아지 앞에 대고 댓바람에 방귀 한 방을 내놨어. 그랬더니 글쎄, 방귀 바람이 얼마나 센지 강아지가 그냥 부엌 아궁이 속으로 쏙 들어갔다가 굴뚝으로 톡 튀어나오지 뭐야. 굴뚝 검댕을 잔뜩 묻혀 가지고 마당에 떨어져서 그냥 정신이 하나도 없지.

그래 놓고 총각은 나가버리고, 뒤늦게 처녀가 집에 들어왔어. 턱 들어와 보니 강아지 꼴이 말이 아니거든. 온몸이 새카맣게 돼 가지고 얼이 다 빠져나가서 짖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고 눈만 멀뚱거리고 있단 말이야.

"대체 누가 우리 강아지를 이 꼴로 만들어 놨담".

처녀도 부아가 나서 빨래방망이를 꼬나들고 사립문 밖으로 뛰쳐나갔지. 나가 보니 저만치 웬 떠꺼머리 총각이 다리를 건너 털레털레 걸어가는데, 근방에 딴 사람이 없으니 그 총각 짓이 틀림없거든. 그냥 돌아서서 방망이를 궁둥이에 대고 냅다 방귀 한 방을 뀌었어. 그랬더니 방귀 바람이 얼마나 센지, 방망이가 바람에 실려 공중으로 휙 날아가는 거야.

막 다리를 건너가던 총각이 방귀 소리에 놀라 돌아보니 방망이가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거든. 저도 얼른 돌아서서 방망이 쪽으로 방귀를 힘껏 뀌었지. 그랬더니 바람이 쌩 불면서 이쪽으로 날아오던 방망이가 핑 돌아서 저쪽으로 날아가네.

처녀도 질 수 있나. 또 방귀를 힘껏 뀌어서 방망이를 총각 쪽으로 날려보냈지. 그걸 보고 총각이 또 방귀를 뀌어서 방망이를 처녀 쪽으로 날려보내고, 또 처녀가 날려보내고 총각이 날려보내고, 이렇게 다리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서 서로 맞방귀를 뀌니까 방망이가 이리 왔다 저리 갔다 아주 정신이 없어.

이렇게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 나절 동안 방망이를 이쪽 저쪽으로 날려보내다가, 한번은 둘이서 한꺼번에 똑같이 젖먹던 힘까지 다 내어 큰 방귀를 내놨어. 그래서 어떻게 됐겠니? 그래, 방망이가 가운데 붕 떠서 오도가도 못하고 파르르 떨고만 있더래. 그러다가 강물로 뚝 떨어졌대. 마침 방망이가 떨어진 곳에 가자미하고 새우가 놀고 있었는데, 그 때 그 방망이에 맞아서 가자미는 눈이 한쪽으로 쏠려버렸고 새우는 등이 휘었대.

이게 다 참말이냐고? 글쎄, 나도 내 눈으로 본 건 아니야. 들은 이야기지. 허허허.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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