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헌상(33)씨는 지난해초까지만해도 화장품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었다.
아는 것이라곤 '자신의 얼굴에 어떤 스킨이 맞다' 정도.
하지만 그는 지금 색조 화장품 전문 도매점 사업을 통해 월평균 500만원 이상을 번다.
창업 1년6개월만에 도달한 우등 성적표다.
배씨는 지난해 3월 친구의 권유로 색조 화장품으로 인지도를 인정받고 있는 베네통 대리점을 시작했다.
"친구는 대구를 맡고 있었는데 저보고 경북을 담당해보래요. 그런데 화장품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어요. 에라 모르겠다 생각하고 시작해버렸습니다".
보증금 500만원, 월세 40만원에 대구 만촌동 부근에 사무실(20평)을 열었다.
2천만원어치의 물건도 우선 구입했다.
초기 자본 투입은 비교적 적었지만 그나마도 돈이 없어 배씨는 대부분의 창업자금을 빚으로 충당했다.
그 다음은 영업이었다.
소비자가 좁은 곳에 집적돼있는 대구와 달리 경북을 담당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구미, 상주, 안동, 의성 등 경북 북부지역까지 가다보면 하루 달리는 거리가 400km가 넘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열심히 다녔다.
물건을 납품할 소매점을 개척하기 위해서였다.
화장품 소매점 주인들은 만만치 않았다.
이야기를 들어주기는커녕 내쫓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래도 웃었습니다.
내쫓길때 '물 한잔만 주시고 내쫓으라'고 말하는 등의 애교작전으로 맞섰습니다.
영업은 간, 쓸개 다 빼내야 할 수 있죠".
기회는 열심히 뛰는 사람에게 오는 것. 배씨는 창업 2, 3개월만에 25곳의 소매점을 확보했다.
그리고 1년여만에 50곳이 넘는 소매점이 배씨의 거래처가 됐다.
자존심 버리기는 영업의 기본이라고 말하는 배씨는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옛 말도 잊으면 안된다고 했다.
경북 영주의 한 소매점은 무려 6개월동안 매주 1회씩 방문, '공략'한 끝에 마침내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것.
"영업에서 가장 멀리해야할 말이 '못 올라갈 나무 쳐다보지도 말라'예요. 이런식으로 생각하면 장사 못합니다.
안기고 매달리면 다 뚫립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 제품의 장점을 꿰뚫고 잘 설명할 수 있어야합니다".
그는 창업하기 전 색조화장품이나 마사지용 화장품 등의 전문 화장품 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판단이 섰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파는 제품이 타 회사 제품과 다른 특징도 발견했다는 것.
배씨는 화장품 장사의 성공을 위해 낸 수업료도 적잖았다고 했다.
화장품 영업에 앞서 벌렸던 장사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는 것.
대구 산격동에서 옷가게를 차렸다가 실패, 무려 6천만원이나 날렸다.
다음은 팬시 전문점이었다.
열심히 했지만 한 달에 200만원 챙기기도 힘들었다
"결과는 나빴지만 팬시 전문점이 오늘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팬시 전문점을 하면서 경북지역에 납품을 위해 많이 다녔거든요. 그 때 거래선이 큰 힘이 됐습니다.
창업하는 사람들은 실패를 너무 두려워하면 안됩니다.
제 경우를 보면 실패는 또다른 성공을 위한 준비단계이기도 합니다".
그는 월급쟁이 생활을 하는 또래 친구들보다 돈을 많이 벌긴 하지만 일하는 양에 비해서는 결코 과분한 소득이 아니라고 했다.
"워낙 많이 다니니까 어떤 때는 한달에 몇번씩 무인속도위반단속기에 적발되기도 하고요, 주차위반 딱지도 참 많이 끊깁니다.
수금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도 속상합니다.
저희 영업맨들의 감출 수 없는 애환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열심히 한만큼 결과가 돌아오니까 삶이 즐겁습니다".
배씨는 영업활동을 더 열심히 해 화장품 전문가가 되어 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유통의 경험을 살려 화장품 제조업에 뛰어드는 것이 꿈.
"요즘 돈 벌면 땅사고 건물 산 뒤 그 다음엔 가만히 앉아서 돈벌려고 하잖아요? 그런 건 싫습니다.
열심히 벌어서 제조업을 꼭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053)745-5886.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