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톱스타 장미희, '꽃뱀' 연기 도전

한 시대를 풍미한 영화계의 톱스타 장미희가 오

랜만에 TV에 출연해 180도 달라진 연기를 보여준다.

장미희는 SBS가 27일 첫 방송하는 일일드라마 '흥부네 박터졌네'(극본 최 윤정,

연출 안판석)에서 밤무대 여가수 연지 역을 맡아 미모로 남자를 유혹하는 '꽃뱀' 연

기에 도전한다.

'흥부네 박터졌네'(월∼금 밤 9시20분)는 흥부와 놀부로 대변되는 두 형제의 가

정의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상을 가벼운 코믹터치로 풀어가는 홈드라마다.

이순재, 김용림, 장용, 박원숙, 김영옥 등 묵직한 중견급 연기자를 비롯해 전

국회의원 정한용, 선우은숙에 임지은, 연정훈, 이동건, 홍충민, 조여정, 김태희 등

젊은 연기자들도 대거 출연해 캐스팅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연지는 놀부를 상징하는 박만보(이순재)에게 '작업'이 들어가는 밤무대 여가수

출신의 '꽃뱀'.

80년대 트로이카 3인방 시대를 열었고, 10여년 간 교수(명지대 연극영상학과)

생활을 하면서 쌓아온 교양있고 우아한 이미지와는 완전히 반대라서 관심이 모아진

다.

"'톰과 제리 같은 역할이에요. 그동안 제가 했던 배역과 너무 달라 제 자신도

흥미를 느낍니다. 즐겁고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선뜻 출연하기로 했지요."

그러나 '꽃뱀'이란 단어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꽃뱀'이란 단어가 너무 이해 타산적이고 사람을 이용해 먹는 것 같아 썩 마음

에는 안 들어요. 연지는 평소에 트레이닝 복에 슬리퍼를 신고 다니지만 남자로 보는

만보 '오빠' 앞에서만은 여자로 보이고 싶은 신데렐라 컴플렉스가 있는 여자죠. 약

간 푼수끼가 있고 함량이 모자라긴 하지만 사랑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천진함이 있는

매력적인 역할이죠."

장미희는 스스로 10년 주기로 이미지가 변한다고 말했다.

"90년대 출연한 '애니깽' '사의 찬미'의 주인공들은 격정적이고 드라마틱하면서

도 처연한 분위기였어요. 선구자적인 이미지도 강했고요. 21세기가 시작됐으니까 새

로운 모습으로 다가가야죠."

이런 새로운 도전은 학교에서 젊은 학생들과 호흡하는 것에서 큰 힘을 얻는다고.

"89년부터니까 벌써 14년이 다 됐군요. 첫 강의 당시에 언론사와 학과장 교수님

등 모두 다 강의실에 오셔서 어찌나 떨렸던지 그 기억이 눈에 선한데요. 저는 매년

나이를 먹어가는데 매년 1학년들이 새로 들어오잖아요. 그 친구들과 지내다보면 저

스스로 참 자극이 많이 돼요."

그는 지난 봄 개봉한 영화 '보리울의 여름'에 원장 수녀로 출연했다.

"처음 시놉시스를 보고 영화의 다양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출연해야겠다 싶었거

든요. 이민용 감독을 높이 평가했던 이유도 컸고요. 그런데 작품성과 흥행이 같이

안가는 경우가 돼 버렸죠. 후회는 없어요. 원장 수녀라는 배역이 참 만만치 않은 역

할이라 하면서 스스로 많이 배우기도 했거든요."

장미희는 MBC 드라마 '육남매'에 출연하면서 '똑(떡)사세요'라는 대사가 희화화

돼 화제가 됐고, 영화제 수상 소감을 '아름다운 밤입니다'라고 하는 바람에 한동안

회자되기도 했다.

"처음에 이경실씨가 '똑사세요' 했을 때는 참 당혹했죠. 그런데 관심이 있으니

까 흉내도 내고 패러디도 하는 것 아니겠어요? 나중에는 학교 교수님들도 '육남매'

보러가자가 아니라 '똑사세요' 보러가자 그러시는 걸 보고 나쁘지는 않았어요. 오히

려 제작진들은 한술 더 떠서 이경실씨를 카메오라도 출연시키자고 했을 정도였죠.'

아름다운 밤입니다'도 90년대의 제 모습을 가장 잘 상징하는 모습이 아닐까요? 하하.

"라며 희화화되는 것이 오히려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이상형에 대해서 물었다.

"혹시 인연이 있어 앞으로 좋은 소식이 있다면 삶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 비슷

하고 공통점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나이 들어서 농사도 짓고 소박한 삶을 살 수 있

는 여유로운 사람이면 좋겠고요(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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