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대구시내 곳곳에서 '민나 도로보데스'라는 일본말이 다시 튀어나왔다.
10여년 전 TV드라마에서 공주갑부 김갑순이 내뱉어 유행시킨 말-우리말로 '모두가 도둑놈'이란 뜻이다.
한나라당만 먹었나, 민주당도 먹고 정신적 여당도 먹고 최도술도 먹고 다 먹었는데 못먹은 건 불쌍한 백성들, 바보같은 국민들 뿐이라는 염세(厭世)의 넋두리다.
이 판에 국민투표니 재신임이니 뭐니 하는 소리가 국민들 귀에 들리겠는가?
오늘과 내일 노무현 대통령이 4당대표와 연쇄회동을 갖는다.
어렵사리 만나 전번처럼 또 밥이나 먹고 헤어지는 꼴 안나기를 바란다.
국민이 보기에 좬이정도면 됐다 싶은좭 혼란의 수습책을 내놓기 바란다.
지금 국민의 관심은 '민나 도로보데스'라는 분노의 표현에서 보듯 대선자금, 부패의 문제이지 국민투표가 아니다.
노 대통령이 던진 문제-국민의 돈 1천억원이 낭비되는 '재신임 투표' 문제는 이제 뒷전의 문제이지 이슈(Issue)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착각하지 말기 바란다.
지금 4자회동의 이슈는 '대선자금'이다.
정치개혁이다.
국가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암적인 문제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도 착각하지 말기 바란다.
한나라당은 이 국민적 화두(話頭)보다 '100억원의 궁지탈출'의 묘수인지, 강수(强手)인지만 생각하는 모양이다.
돈 문제에 관한한 어느 정당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공범(共犯) 심리로, 대선자금 실체를 밝히기도 전에 사면의 '쥐구멍'부터 찾아놓고 보자는 속셈을 깔고 대통령을 만난다면 그건 새로운 실패의 시작이다.
'민나 도로보데스'를 용서하는 주체는 국민이지 피고인인 정치권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SK비자금의 전모를 거울처럼 밝힌 연후에 고백성사를 하든 특검을 하든 하라고 요구한다.
여당과 야당과 청와대와 기업들이 드렁칡처럼 얽힌 '구린내'를 적당한 합의로 끝내거나 어느 한쪽만을 희생양으로 삼고자하면 정치개혁은 없다.
이 고리 끊지 못하면 내년 총선에서 숱한 SK가 울며 겨자 먹기로 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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