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스타검사 한명쯤...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 단단한 몸매에 안경 너머로 날카로운 눈빛을 쏟아내는 그를 요즘 TV뉴스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대선자금 사건으로 온나라가 시끄러운 요즘, 검찰수사를 지휘하는 그는 '움직이는 뉴스 생산공장'이다.

그의 가벼운 말 한마디, 몸짓 하나 조차 의미가 부여될 정도로 언론으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대구에서도 그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4년전 대구지검 제1차장검사로 재직하면서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1999년초 한 성인오락실로부터 상납을 받아온 검찰 직원 1명과 경찰관 5명을 감옥에 보냈다.

자기 식구는 철저하게 봐주던 관행이 있던 때라 검찰 직원을 구속한 것은 파격적인 일이었다.

외부인사를 만나기 싫어해 청탁이 통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술.밥은 꼭 직원들과 먹었고, 어쩌다 외부인사와 자리를 함께 할 때에는 곧바로 자리를 떴다.

그의 강한 이미지 때문에 뒤가 꾸린 지역인사들이 잔뜩 겁을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직도 강북의 24평형 자그마한 아파트에 살면서 수사 외에는 다른 곳에 전혀 눈을 돌리지 않는 검사로 그를 평가한다.

그렇지만 DJ정권 아래에서 두차례나 검사장 승진에 누락되면서 개인적인 좌절도 적잖았다.

검찰 상층부에서는 굽힘이 없는 그를 경원시하는 분위기였다.

그때 그는 사석에서 그런 고민을 얼핏 한번씩 비추곤 했는데, 그의 말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다.

"제가 검사장이 되면 정권이 흔들릴거래요. 그래서 검사장 시켜주기 힘들다고…"

그때 그를 평가했던 검찰 윗분들의 눈이 정확했던 모양이다.

검사장이 되자마자 온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으니...

그가 올 2월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대검 중수부장에 전격 발탁된 것도 바뀐 정치적 환경 때문이었다고 한다.

개혁을 외치며 자신만만하게 출범한 노무현 정권에게는 '검사의 전형'으로 비춰지는 안대희씨가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이제 그 환경이 다소 변한 것 같다.

노대통령이 며칠전 '안 중수부장 때문에 죽을 맛'이라는 말을 한 것에서 보듯, 내년 2월 검찰의 정기인사때 그를 그 자리에 계속 놔둘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의 존재가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듯한 상황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그의 성격에 미루어 대선자금 비리를 끝까지 파헤칠 것'이라며 한결같은 성원을 보내는 분위기다.

그래야만 검찰이 살고, 한국정치가 제대로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중에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우리도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수사를 지휘했던 이탈리아의 피에트로 검사처럼 존경받는 검사를 가질수 있는 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다 커진 것만 해도 적잖은 위안이다.

그의 건투를 빈다.

박병선기자.사회1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