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진 위해 의대 포기" 전업 사진작가 박진우(46)씨

취미로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남이 뭐라고 해도 자기 맘대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업으로 예술을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

먹고 사는 것이 걸린 만큼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전업 사진작가인 박진우(朴晉佑.46.대구시 수성구 범물동)씨는 별나다.

그는 20년 이상 사진을 찍어왔지만 한 번도 공모전에 출품한 적이 없다.

당연히 입상 경력도 없다.

사진과 관련된 어느 단체에도 가입하지 않고 혼자서 창작활동을 하다 보니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들 사이에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전지(액자 포함)크기가 평균 60만~70만원에 팔리고 있고, 전업 사진작가로는 적지 않은 연 5천만~6천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여름과 겨울에는 결혼식 등 이벤트 사진 작가를 상대로 이론 강의도 한다.

고교 시절 그의 꿈은 물리학도였다.

서울대 물리학과에 들어가기 위해 3수까지 했으나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가세가 기우는 바람에 포기하고 79년 경북대 의대에 진학했다.

카메라를 처음 손에 든 것은 예과 2년 때. "당시 사귀고 있던 현재의 집사람(44)이 저에게 카메라를 선물해 시작했는데 사진이 생각보다 재미있더라고요. 방 한구석에 만든 암실에서 3일을 꼬박 보낸 적도 있으니까요. 본과 3학년 1학기를 마친 뒤 의사가 되는 것보다는 사진을 찍으면서 사는 것이 낫겠다 싶어 자퇴서를 냈지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스튜디오를 열었으나 5년 만에 접었다.

"생계 때문에 선택한 것이었지만 나의 생각을 사진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욕구는 충족시킬 수 없었습니다".

93년 여성 누드사진을 통해 매춘을 고발하는 첫 전시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4차례의 개인전을 연 그는 대학시절에 처음 접한 이후 지금도 심취해 있는 주역의 기본 철학을 사진으로 표현하기 위해 3년 전부터 작업해오고 있다.

2002년에는 '주역으로 본 작은 풍경'이란 제목의 전시회를 가졌고, 오는 가을쯤에는 주역의 68괘(卦)를 사진으로 설명한 사진집을 낼 예정이다.

'무왕불복(无往不復.간 것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뜻)'이라는 주역에 나오는 4자성어를 '변하지 않는 것은 그 어느 것도 없다'고 풀이하는 그는 주변 사물의 변화를 좀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대명동 집에서 범물동 작업실까지 매일 자전거를 타고 오간다.

순수예술사진을 지향하며, 20세기 최고의 사진작가로 평가받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을 제일 존경한다는 그의 꿈은 좋은 사진을 찍는 것이다.

"변하지 않으면 퇴보한다고 믿기에 늘 긴장하고 있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향을 피워놓고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돌이켜 보는 것을 빼놓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고요".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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