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진심일까 싶었는데 5년째 이어지는 정성에 주민들도 감복했어요".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0일 오전 대구 남구 대명5동, 봉덕3동 주민들에게 반가운 이웃이 찾아왔다.
헬기 소음을 둘러싼 피해보상과 군 기지 이전 요구로 평소에는 앙숙(?)처럼 지내던 인근의 미군 제20지원단(캠프워커)에서 선물 보따리를 들고 찾아 온 것.
미군들의 설 선물은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99년부터 추석.설 때마다 미군들은 주민들을 위해 햄 선물세트 110상자를 마련해 집집마다 방문하는 행사를 가져왔다. 이날 오전에도 미군 제20지원단 제임스 M. 조이너 사령관과 미군 장교 3명, 카투사 사병 3명, 미군방송팀 등 8명이 승합차에 선물상자를 한아름 싣고 도착했다.
이들 일행을 기다리던 동네주민 차태봉(64)씨는 이들을 반기며 차례차례 악수를 나눈 뒤 함께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다른 속내가 있는 줄 알고 선물을 받는 주민들이 내심 반가워 하지 않았다"는 차씨는 "선물을 5년째 받다보니 그동안 쌓였던 마음의 벽도 조금씩 허물어 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이너 사령관과 미군들은 양손에 선물상자를 서너개씩 안고 집집마다 문을 두드렸고, 달려나온 주민들에게 선물을 건네며 서툰 우리말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했다. 특히 조이너 사령관은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주민들에게 선물을 건넬 때는 오른손 장갑을 벗고 악수를 나누기까지 했다.
장순이(76.남구 봉덕3동) 할머니는 "몇년전부터 미군부대 사령관이라면서 명절때마다 찾아와 선물을 주길래 웬일인가 싶었는데 이제는 이들이 기다려질 정도로 반가운 사람들이 됐다"며 웃었다.
또 이 동네에서 최고령인 황원우(86.남구 대명5동) 할아버지는 "옛날엔 미군 비행장 소음 때문에 못 살겠다 싶어 많이 미워했는데 이렇게 정성을 보이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조이너 사령관과 미군 일행은 추운 날씨 속에 2시간여 동안 미군헬기장 인근의 100여 가구를 도느라 얼굴과 손이 빨갛게 얼었으나 표정은 환했다.
조이너 사령관은 "명절 때마다 부대 인근 주민들에게 선물을 전하는 것은 전임 사령관들때부터 이어져 온 전통"이라며 "헬기장 소음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에게 이웃으로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미군 일행의 안내를 맡아 2시간 동안 함께 다닌 차씨는 "미군 헬기장 소음에 대한 항의집회를 할 때에도 이들은 우리를 찾아왔다"며 "미군들과의 교류관계가 이처럼 우호적으로 계속되면 언젠가는 미군과 우리 사이에 놓인 담장도 허물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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