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상징물에는 '대구'가 없다?
대구를 상징하는 동물과 시목.시화는 각각 독수리.전나무(젓나무).목련이다.
이들 세 생물은 '활달하고 진취적인 기상과 개척자적 시민정신'(독수리.1983년 지정), '대구시민의 강직성과 영원성, 곧게 뻗어가는 기상을 대표함'(전나무.1972년 지정), '순박하고 순결하며 희생정신의 시민기질을 보여줌'(목련.1972년 지정) 등의 이유에 따라 시 상징물로 지정됐다.
그러나 이들 세 생물은 대구와 관련성이 아예 없거나 적어, 대구의 상징물로서 적절치 않으며 향토성.고유성이 높은 생물로 대체돼야 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시조인 독수리의 경우 천연기념물(제243호)이며 모습이 위풍당당하지만 대구에는 서식하지 않는데다 동물의 사체를 먹고 사는 습성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에 '자격 시비'를 낳고 있다.
손동훈씨는 대구시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시체를 먹고 사는 독수리를 대구를 대표하는 상징물로 고집해야 하냐"며 "정말 용맹한 기상을 담고자 한다면 황조롱이.송골매.장산곶매.검독수리가 나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시조 독수리'는 줄곧 논란을 빚어왔다.
대구시는 지난 2001년 대구프로축구단을 창단 당시 시조가 독수리인점을 들어 '대구이글스'라는 구단 명칭을 붙이려 했다가 '대구와 독수리가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시민들의 비판에 직면, 결국 대구FC로 바꾸는 해프닝을 빚었다.
대구시청 2층 시장 집무실 옆에 설치된 박제 독수리에 대해서도 환경단체들이 '천연기념물인 독수리를 박제해 시청사에 설치한 것은 대구시가 앞장서 환경 파괴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시목인 전나무와 시화인 목련도 대구 대표 수종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나무의 경우 아한대나 고산지역에 사는 수종이어서 온대지역인 대구에서 자연 상태로는 서식이 불가능하며, 목련 역시 꽃이 아름답긴 해도 대구 지역의 고유성을 상징하는데는 걸맞지 않다는 것이다.
계명대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는 "UN의 산하기구인 UNEP(UN환경계획)도 자연보존.생태계복원.환경의식 고조에 기여하고 해당지역 자연환경에 적응된 고유종을 상징종(Flag species)으로 정할 것을 각국에 권고하고 있다"며 "천연기념물 제1호인 도동 측백나무를 시목으로, 대구와 북한 낭림산에만 서식하는 세계적 희귀종인 털새동부(일명 애기자운)를 시화로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정웅 달구벌 얼찾기 모임 대표는 "대구의 대표성과 고유성을 살릴수 있도록 대구 상징물 변경 및 추가 지정 운동을 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구본근 대구시 기획 담당은 "시의 상징물은 여론 수렴을 거쳐 지정한 것이기 때문에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변경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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