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시간이면 대구와 성주를 연결하는 30번 국도는 늘 혼잡하다.
성주군 공무원의 90%이상이 대구 등지에서 출퇴근하기 때문이다.
성주에 직장을 두고 있지만 이들의 주거지는 대구다.
이 지역에 근무하는 교사들도 대부분 대구나 구미 왜관 등지에서 출퇴근한다.
성주초교의 경우 교사 35명 중 25명이 대구시내에서 출퇴근한다.
성주읍내에 있는 중앙초교 역시 대구 거주자가 전체 교사 20명 중 15명이다.
성주교육청도 군내 400여명의 교사 중 60%가 대구에서 출퇴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성주군내 한 초등학교 교사는 "5년마다 전근이 불가피해 그때마다 이삿짐을 싸는 것도 번거롭고 자녀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대구에 생활 터전을 잡았다"면서 "동료 교사들도 비슷한 이유로 대도시 주거를 궐G?일반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성주 교육청 관계자는 "대구 달서구 용산동 등 아파트 밀집지구에는 성주군지역 교사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아 '몇집 건너 성주 교사집'이라는 우스개까지 나오고 있다"며 "방과 후 학생지도 등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의 이 같은 대도시 거주와 출퇴근은 성주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고령초교의 경우 교원 38명 중 5명만 고령군내에 거주하면서 자녀도 이 지역 학교에 보내고 있을 뿐이다.
외지에서 출퇴근하는 나머지 교원들은 모두 타지역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의 생활 근거지는 대구다
청도군도 사정은 비슷하다.
청도초교는 32명의 교사 중 23명이 대구.경산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고, 풍각초교는 16명의 교사 중 10명, 중앙초교는 18명 중 12명이 대구, 경산에서 출퇴근한다.
군위의 경우도 군내 전체교사 217명 가운데 152명(70%)이 인근 대도시(대구85%.안동10%.기타5%)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이처럼 교사들이 자신의 근무지를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교육 때문이다.
맞벌이인 양모(41) 교사는 "낮에 아이들만 집에 남겨두게 돼 걱정이 되지만 대구의 중.고교에 보내기 위해 대구에서 출퇴근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교사 박모(43)씨는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는 자녀를 지역의 학교에 보내지만 중학교에 입학할 시점이면 대부분 대구로 나간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대구에 가면 공부를 더 잘하겠지 하는 기대도 있지만 주위에서 너도나도 대구로 떠나다보니 그냥 남아있기는 불안하다"고 덧붙인다.
경북도교육청 한 관계자는 "농어촌 지역 학생들의 대도시 전학을 막기 위해 '내고장 학교 보내기' 운동을 펴고 있으나 교사들마저 외면하는 중소도시 및 농촌 학교에 학생들을 남으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며 "명문고 육성 등 교육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교사와 학생의 역외 유출은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교사들의 지역학교 외면에 학부모들은 "교사들의 마음이 떠난 터에 높은 교육의 질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라고 말했다
교사들뿐 아니라 대구 인근 시.군 각 관청에 근무하는 공무원들 중 상당수가 대구에 생활근거지를 두고 출퇴근한다.
군위의 경우 군청 공무원을 비롯한 경찰.교육청.농협 등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1천여명 이상의 직장인 중 70∼80%는 주민등록만 지역에 두고 대부분 칠곡.대구 등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읍소재지는 밤이면 '죽음의 도시'를 방불케 한다.
군위의 한 주민은 "형편이 되는 사람은 모두 떠난다.
남아 있으면 왠지 잘못하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고 말한다.
군위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이 같은 지역외면 현상은 지역제한 교육학군제 때문"이라며 "시골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시골 중학교 밖에 진학할 수 없어 일찌감치 떠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농촌지역의 중등학교 교사는 농어촌지역 도서.벽지 근무 교사들에게 별도의 수당을 지급하거나 병역특례 혜택을 부여하는 등 보다 실효성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 생활권인 성주.군위.청도.고령 등 대구 인근 시.군지역의 많은 주민들은 오늘도 자녀교육을 위해 대구로 이사하거나 이중생활을 감수하고 있다.
이에 따른 교육비.생활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최봉국.김인탁.강병서.정창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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