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오후 5시 20분, 저 멀리 대장께서 " 다 왔어"라고 고함을 친다. 드디어 피앗재에 도착한 모양이다. 이번 산행은 사실상 종료. 나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장도 "가도 가도 나오지를 않아 겁이 났다"고 솔직히 토로했다. 피앗재에서 만수계곡을 따라 내려가 오후 6시에 보은군 내속리면 만수리 만수동마을에 도착했다.
하느님의 도우심인가. 산의 품에서 막 벗어나자 해가 딱 떨어졌다. 당초 예정대로 피앗재에서 출발했다면 마지막 구간인 늘재로 하산할 때 암릉을 헤쳐 내려오면서 눈보라속에서 큰 고생을 할 뻔했다. 사고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길을 잃게 해주셔서 늘재에서 이번 산행이 시작된 것이다.
해가 저문 어둑한 마을 길을 따라 버스가 있는 곳까지 대략 30분쯤 더 내려갔다. 나와 아들이 마지막 사람이었다. 선두와 20분 차이는 처음이라면서 아들의 독려때문이라고 한마디씩 거든다. 후에 들으니 운전기사분이 오후 3시에 하산한다는 사람들이 소식이 끊기고 눈발이 날리자 조난신고를 했다고 한다. 하여튼 여러 사람 고생한 산행이었다.
버스를 타자 휑하니 상주 방면으로 떠났다. 7시 반쯤 전에 갔던 식당에 가서 구수한 청국장에 돼지고기 고추장 구이를 맛있게 먹었다. 저녁 9시쯤 상경을 시작하니 배는 불렀는데다 불안, 초조, 긴장, 노곤이 풀린 탓인지 나도 그렇고 모두들 쿨쿨 꿈나라로 곯아 떨어졌다. 고속도로에 눈이 쌓여 정체가 극심, 집에 도착하니 새벽 2시쯤 되었다.
이번 이십번째 산행 총평. 이번 산행은 '국립공원 속리산 종주 산행'이고 느낌은 한마디로 '환타스틱한 겨울 눈산행' 이었다. 또 대간 산행 이후 눈보라와 4시간 가량 사투를 벌이면서 산속에서 장장 12시간을 소비한 가장 힘든 산행이었다. 특히 세찬 눈보라, 악천후 속에서 특히 미끄러운 눈길이어서 체력소모가 20% 더 들었지 않았을까 한다. 거의 쉬지도 않고 똥개처럼 마냥 달렸다. 총산행 도상거리 15킬로미터 (늘재- 696.2미터봉-밤티재-문장대- 문수봉-신선대-비로봉-천황봉- 703미터봉-피앗재), 소요시간 12시간 40분. 이헌태, 고생했다.
참고로, 이헌태의 개인 산행사에서 가장 긴 코스는 설악산 오색- 대청봉- 용아능선- 백담사 등산이었다. 아마 14시간 걸렸지 않았을까. 그 당시는 한여름 철이어서 더위를 느꼈지만 그래도 홀가분하게 경쾌하게 걸었다.
결론이 중요. 이번 산행은 또 하나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겼다. 속리산 국립공원의 눈산과 눈꽃이 원더풀. 잘 있거라, 속리산아. 1000%의 맑고 깨끗하고 순수한 기운을 느꼈다. 이 기운을 올 한해 잘 간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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