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스포츠 스타를 꿈꾸는가

평소 스포츠선수들은 타고난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는데 이를 입증하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이 체육 지도자 및 국가대표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올림픽에서의 메달 획득에 대한 기여 순위는 '천부적인 자질'이란 답변이 90%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지도자 4.87%, 정부지원 2.65%, 스포츠과학 2.44% 순으로 나타났다.

이 설문조사는 자식을 스포츠 선수로 키우고 싶어 하는 부모들과 어린 훌륭한 재목을 찾는 지도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보인다.

올해 6학년이 되는 아들이 있다.

야구선수가 무척 되고 싶어했던 아버지만큼이나 어릴 때부터 공놀이를 좋아했다.

내심 흐뭇해하며 머리 속에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찬호 같은 야구선수의 모습을 그렸다.

그리고 걸음마를 배울 때부터 몸에 맞는 야구 글러브와 방망이를 구했고 틈만 나면 손에 쥐어 주었다.

하지만 아들은 커 가면서 야구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되돌아보면 무리하게 손에 쥐어 준 야구공이 문제가 된 것 같다.

꼬마에게 맞는 테니스공을 사용해야 했는데 딱딱한 경기용 야구공으로 놀기를 강요했고 어느 날 이 공에 제대로 한번 맞은 후부터는 야구하기를 싫어했다.

공터나 운동장에서 야구를 하다가도 옆에 축구나 농구를 하는 게 보이면 그곳에 가서 놀기를 더 좋아했다.

초교 입학 후에는 자신의 꿈이 축구나 농구선수라고 공공연히 선언했다.

한일월드컵때는 홍명보가, 농구 경기장에 가서는 김승현(대구 오리온스)이 된 것처럼 날뛰었다.

지금은 선수가 된다는 꿈을 접은 상태다.

실수인지 몰라도 '천부적인 자질'을 발견하지 못한 아버지가 끊임없이 실력이 형편없다고 구박한 것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스포츠 기자를 오래 한 덕분인지 자식을 스포츠선수로 키우고 싶어하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종종 상담을 받는데, 그 답은 아들의 꿈을 일찌감치 접게한 것처럼 부정적이었다.

"아이가 운동을 좋아하느냐, 체격은 좋으냐, 부모의 체격은, 경제적인 여유는 있느냐". 시시콜콜한 갖가지 질문으로 스포츠 선수의 어려운 점만 잔뜩 부각시켰다.

이런 이유는 스포츠 취재 현장에서 지켜 본 스타플레이어들의 '천부적인 자질' 때문이다.

또 스포츠 선수로 만든 부모들이 뒤늦게 후회하는 모습을 무수히 지켜봤기 때문이다.

지역 출신의 프로야구 스타 이승엽은 야구선수에게 유리한 왼손잡이로 유연한 허리와 볼을 보는 눈을 타고 났다.

한국 여자역도의 희망으로 불리는 임정화(서부공고)는 타고난 힘을, 경북사대부고를 졸업하고 올해 현대캐피탈에 입단한 배구선수 박철우는 큰 키를 부모로부터 물려받았다.

결국 지도자들의 승패도 해당 종목의 특성에 맞는 타고난 자질을 갖춘 선수를 만나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우리 스포츠계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부모들은 수억~수십억원의 연봉을 받는 프로스포츠 스타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꿈꾸며 자식에게 무모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고 지도자들은 종목의 특성과는 관계없이 획일적인 노력만을 선수에게 강요하고 있다.

스포츠 선수가 되겠다는 자식이 있으면 운동을 시켜라. 스타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다만 건강하게 키우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하라. 스포츠를 즐기고 전문가가 인정하는 천재성이 보이면 직업 선수가 되도록 뒷바라지하면 될 것이다.

김교성 특집스포츠부 차장 kg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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