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 기자의 영화보기-입소문 마케팅 '알바'

'알바들의 전쟁'.

극장가에 한국영화의 '대접전'이 있다면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알바들의 대접전'이 있다.

'알바'는 물론 아르바이트의 줄인말.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특정영화를 비방하거나 찬양하는 '입소문 전문 아르바이트'인 셈이다.

얼마전 모 인터넷 영화사이트 커뮤니티. 한 영화에 별 5개 평점이 쏟아졌다.

최고 평점을 준 게시물은 모두 16개. 그것도 연속으로 이어져 '도배질'돼 있었던 것. 모두 의아해 알아본 그 영화는 사실 '후한 평점'을 받을 그런 영화는 아니었다.

'알바'들이 활동하는 시기는 개봉을 앞두고 시사회가 열리는 시점. 영화사이트에는 '찬양 일변도'의 감상기들이 올라온다.

'가슴을 저미는 최고작', '연기가 물 올랐어요', '감독님 고마워요. 이런 영화를 만드시다니'… .

관객의 진심에서 나온 감상기도 있겠지만, 누가 봐도 '알바'라는 느낌이 드는 게시물들도 많다.

너무 후한 평점, 비슷한 아이디, 처음 쓰는 게시자면서 '열변'을 토하는 연속된 리뷰, 반대되는 댓글에 '죽어라' 덤벼드는 게시자 등이 '알바의 증거'들이다.

제작사와 배급사에서는 '알바'를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알바의 양심선언'이 이어지면서 '알바'의 존재는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당 몇 만원이지만, 몇 십만원씩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당 아르바이트 외에 영화사 스텝과 영화에 투자한 이들이 직접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초기에는 한 영화만 찬양하는 '순진한 알바'가 요즘은 '안티 마케팅'으로 발전했다.

상대 영화를 깎아내리는 것이다.

'연기'나 '연출' 을 꼬집기도 하지만, '입장료가 아깝다'는 자극적인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한 게시판에서 서로 치고 받는 '이전투구'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알바'는 인터넷 사이트뿐 아니라 개봉되는 극장 로비에서도 만날 수 있다.

하루 종일 극장을 들락거리면서 '영화가 좋다'는 말을 흘리거나, 객석에서 과도한 반응으로 '바람'을 잡기도 한다.

'흥행 바람잡이 알바'는 한국영화 마케팅의 부산물이다.

신문과 방송 광고의 한계를 느낀 배급사가 주된 관객인 10대와 20대의 인터넷 커뮤니티까지 진출한 것이다

'알바'는 치열한 한국영화 흥행판의 부정적 측면이다.

작품의 내실보다는 홍보로 흥행 판도를 바꿔보겠다는 전략은 지극히 아마추어적이다.

그러나 그것이 먹혀드는 것도 한국영화판이다. 영화의 제작비 중에서 치솟는 것이 마케팅비. 최근 3분의 1가량까지 늘어났다.

마케팅 경쟁이 '알바'를 만든 셈이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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