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

옛날에 옛날에 까치하고 여우하고 왜가리가 살았어. 까치가 새끼를 여러 마리 낳아 가지고 높은 나무에 둥지를 짓고 기르니까, 여우가 그걸 딱 쳐다보고 군침을 삼키는 거야.

"까치야, 까치야".

"왜 그러니?"

"네 새끼 중에 예쁜 새끼는 놔두고 미운 새끼만 떨어뜨려라".

떨어뜨리면 냉큼 잡아먹으려고 그러는 거지. 누가 그걸 몰라? 어미까치가 들어보니 큰일 날 소리거든.

"그런 소리 말아라. 다 예쁘다".

"그러면 미운 새끼는 놔두고 예쁜 새끼만 떨어뜨려라".

"그런 소리 말아라. 다 밉다".

아무래도 말을 안 들으니까 여우가 발을 쿵쿵 구르면서 마구 겁을 주네.

"그럼 내일 다시 와서 너희 식구 다 잡아먹고 말 테다".

까치가 겁이 나서 벌벌 떨고 있는데, 마침 왜가리가 '왝왝' 하고 날아오더래. 그래서 까치가 하소연을 했지.

"왜가리 아주머니, 왜가리 아주머니".

"왜 그러니?"

"글쎄 여우가 와서 새끼를 떨어뜨려 달라고 하기에 안 된다고 했더니, 내일 다시 와서 우리 식구 다 잡아먹겠다고 하니 어쩌면 좋아요?"

"흥, 그까짓 것 올 테면 오라지. 제가 썩은 나무에도 못 올라가는 것이 산 나무에 어찌 올라간다던?"

그러고 나서 왜가리는 '왝왝' 하면서 날아가 버렸어.

그 이튿날 여우가 다시 와서 으름장을 놓네.

"까치야, 까치야. 네 새끼 중에 예쁜 새끼는 놔두고 미운 새끼만 떨어뜨려라".

"그런 소리 말아라. 다 예쁘다".

"그러면 미운 새끼는 놔두고 예쁜 새끼만 떨어뜨려라".

"그런 소리 말아라. 다 밉다".

"그럼 당장 올라가서 너희 식구 다 잡아먹고 말 테다".

까치는 왜가리가 가르쳐 준 대로 대꾸했지.

"흥, 네까짓 게 썩은 나무에도 못 올라가는 것이 산 나무에 어찌 올라와?"

여우가 들어보니 말은 바른 말이지마는, 이건 까치 제 깜냥에서 나온 말은 아니겠거든. 틀림없이 누가 가르쳐 준 것 같단 말씀이야.

"까치야, 까치야. 그런 말은 누가 하데?"

"왜가리 아주머니가 그러더라".

여우가 그만 화가 잔뜩 나서 왜가리를 쫓아갔어. 쫓아가니까 왜가리가 논에서 우렁이를 잡다가 이리 펄쩍 저리 펄쩍 도망가거든. 여우도 이리 펄쩍 저리 펄쩍 따라갔지. 그러다 보니 저 건너편에서 사냥꾼이 나타났네. 사냥꾼이 여우를 잡으려고 활을 딱 겨누니까 여우가 엉겁결에 제 굴로 쏙 들어갔어. 사냥꾼이 이번에는 왜가리를 잡으려고 활을 딱 겨누니까 왜가리도 엉겁결에 여우 굴로 쏙 들어갔어.

둘 다 굴속에서 가만히 숨어 있다가, 사냥꾼이 간 뒤에 튀어나왔지. 한꺼번에 쏙 튀어나오면서 왜가리가 똥을 찍 싸는 바람에 여우 주둥이에 하얗게 똥이 묻었어. 그래서 여우 주둥이가 하얗게 됐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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