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슬픔 대신 분노를

내가 사는 아파트에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주차장이 모자란다.

밤늦게 오는 날 가끔 주차선을 물고 주차된 차를 본다.

두 대를 주차할 자리에 어중간하게 세워놓고 주인은 가버리고 없다.

조금만 생각한다면 충분히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는데도 못하나 보다.

그렇다.

조금만 생각하면 된다.

조금만 다른 사람 입장을 생각해주고, 잠깐만 둘러 볼 수 있다면 함께 사는 세상은 가능할 것이다.

이것은 상식이다.

더불어 사는 일의 원칙이다

상식과 원칙이 무시될 때 폭력이 된다.

지금 시대에서 상식과 원칙은 사회가 가르쳐야 하는 가치가 되었다.

시내 서점에서 책 구경을 할 때 그 많은 사람들의 움직임과 속삭이는 소리만이 윙윙대는 자리에 큰 목소리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몰두해 있는 젊은이들이 꽤나 있어서 놀란다.

나와 눈이 마주쳐도 아랑곳없이 계속 얘기하는 모습으로 봐서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는 투다.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려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상식을 벗어난 행동이 많은 경우 다른 사람에게 폭력이 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교육은 누가 맡아야 하는 걸까.

오늘은 많은 사람들에게 참 힘든 날이다.

깊은 슬픔으로 오늘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상식이 무너지고 원칙이 무시되는 삶의 자리에서 일어난 무자비함을 우리는 일 년 전 몸서리치며 겪었다.

그 기억은 살아있는 우리의 가슴에 통증으로 자리잡고 있다.

정말 생명들이 아까워서 발만 동동거리기만 한 날이었다.

어떤 표현이라도 우리의 상처를 나타내기에는 모자랄 것이다.

거기서 우리의 자화상을 보는 일이기에 더 고통스럽다.

참사 일주기를 맞으면서 나는 슬퍼하기보다 분노한다.

슬퍼하기에는 바로잡아야 할 일들이 아직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원칙을 무시하는 나 자신에 대해, 그리고 사람의 마땅한 권리를 기만하는 사회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나에게 있어 삶과 제도와 정치를 고쳐 나가는 힘이 될 것이다.

정금교(대구 만남의 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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