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영화-콜드 마운틴

요즘 영화의 흥행코드는 전쟁을 가장한 휴먼드라마인가. 실미도가 그랬고 태극기 휘날리며까지…. 한국 관객들을 의식해서인지 이젠 외화도 이 공식에 적극적인 모양이다.

'콜드 마운틴'(20일 개봉)은 19세기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할리우드산 전쟁멜로 영화다.

원작 '콜드 마운틴의 사랑'은 참혹한 전쟁에 지쳐 탈영을 선택한 남자의 여정과 생존을 터득해 가는 여자의 분투를 담고 있다면, 앤서니 밍겔라는 여기에다 전작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눈물어린 사랑을 덧붙였다.

주드 로와 니콜 키드먼의 열애설이 사실처럼 느껴지는 이 영화는 연기파 배우 르네 젤위거까지 가세하면서 절묘한 삼각 구도를 이룬다.

영화는 거울처럼 맑고 투명한 물결 뒤로 먼 산맥이 펼쳐지는 첫 장면부터 관객들의 마음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채운다.

이런 목가적인 풍경을 담기 위해 드넓은 미국을 뒤로하고 루마니아까지 날아간 감독의 선택은 탁월했다.

아찔할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으니.

"전투도 행군도 멈추세요. 저한테 돌아와요. 간청이에요". 피터스버그 전투에서 부상당한 인만(주드 로)은 사랑하는 연인 아이다(니콜 키드먼)의 편지를 받고 탈영을 감행, 고향으로 향한다.

영화는 이 때부터 진지함이라는 재미를 추가시킨다.

할리우드식 전쟁 신은 사라지고, 대신 증오로 가득찬 세상과 두 남녀의 증폭되는 그리움에 집중된다.

감독은 '잉글리시…'에서 보여줬던 '전쟁 속 안타까운 사랑'을 적절한 강약을 섞어가며 수려한 솜씨를 뽐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작의 아성을 넘어서기엔 2%가 부족한 느낌이다.

애초부터 뻔해 보였던 줄거리는 조금의 자극적인 시도도 없이 역시나 흔한 결말을 지어냈다.

유려한 영상과는 대조적으로 밋밋한 드라마는 아카데미영화상 수상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끝으로 사족 하나. 요즘 전쟁영화에서는 왜 주인공들이 군인이 아닌 민간인의 총에 의해 스크린에서 사라질까. '태극기…'에서 민간 방첩대원의 총알을 이기지 못한 이은주처럼 이 영화에서도 주드 로는 탈영병을 색출하는 민간 의용대원의 총에 맞고 숨진다.

전쟁의 덧없고 부질없음을 나타내려는 것일까.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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