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이 미군에 납치되다시피 해 지난달 29일 전격
사임하고 망명길에 올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이 1일 AP통신과의 회견에서 "미군에 의해 아이티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고 직접 주장하고 나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그는 회견에서 스스로 아이티를 떠났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나는 강제로 떠나
게 됐다"면서 "요원들이 나에게 내가 만일 떠나지 않으면 총격을 가하고 살상을 시
작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떤 요원이 그런 말을 했느냐'는 질문에 "백인 미국인, 백인 군인들"이
라면서 "그들은 밤에 왔으며, 너무 많아 숫자를 헤아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 보안 요원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아이티에서 폭력사태가 발
생할 것을 우려해 권력이양 문서에 서명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CNN도 이날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이 자신들과의 회견에서 "유혈사태
를 막기 위해 내가 떠나는 것이 낫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회운동가 랜들 로빈슨은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
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와 '미국이 조종한 쿠데타로 미국 병사들에게 총으로 위협
을 받아 납치됐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이 "이번 일은 쿠데타이며, 미국 병사에게 납치돼 강
제로 비행기에 탑승하게 됐다는 사실을 세계에 알릴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 프랑스의 에르텔라디오 방송도 아이티 대통령궁 관리인의 말을 인용해 "지난
달 29일 새벽 2시께 중무장한 미국이 헬리콥터를 타고 들이닥쳐 아리스티드 전 대통
령을 끌어냈다"면서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은 떠나기를 원치 않았지만 미국에 대항
할 만한 힘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완전히 말도 안되는 소리"라면서 "
사임은 아리스티드의 결정이었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 "당시 미군은 미국 대사관에 있었다"면서 아리스티드 대통령을 대통령
궁에서 공항까지 미군이 데려갔다는 주장도 부인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근거없는 의혹이라면서 (사임전) 아리스티드 전 대통
령이 아이티주재 미국 대사에게 28일 밤 전화를 걸어와 조언을 요청했으며 사임이
최선이라는 결정이라고 밝혔다고 반박했다.
파월 장관은 "(사임은) 그의 보안요원들이 전해준 정보에 근거한 자신의 결정이
라는 점을 우리에게 밝혔다"면서 "우리는 그 후 그의 외국행을 준비했으며, 그는 사
임문서를 작성했고, 빌린 비행기를 타고 떠났다"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파월 장관은 "그는 납치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그를 강제로 비행기에 태우지
않았고, 그는 자발적으로 비행기에 탑승해 떠났으며 이것이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또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이 현재 머물고 있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음바예 공
보장관은 아리스티드 납치와 관련된 주장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면서 아리스티드
가 요구해서 그 곳에 체류가 허용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의 인권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는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의회가 나서
서 이번 사태의 배경 및 과정을 조사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또 미 의회내에서도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멕시코시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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