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대학 교양과목 '줄폐강'

누군가가 지금 대학생들을 '실용파' '고시파' '흥청망청파'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눈 바 있다.

입학하자마자 취직시험 준비를 하는 유형, 각종 자격시험에만 매달리는 부류, 놀면서 대학생활을 즐기기만 하는 학생들로 나눈 셈이다.

이 분류대로라면 교양서적을 찾거나 독서에 빠져드는 대학생은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이런 대학가의 분위기 때문에 학문의 전당에서조차 교양을 쌓기 위한 독서 교양과정을 짜지 않는 건 물론이고, 거기서 얻은 지식은 학점과도 무관하므로 점점 더 희석될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젠 교양과목들마저 위기라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인문학이 죽어가고 있고, 기초학문은 그 뿌리가 크게 흔들린다는 소리는 이미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학가의 고시 열풍은 진정한 학문의 공동화를 부르고,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우려의 소리가 높아진지도 오래다.

게다가 학벌사회는 일류대 지상주의로 치닫게 하다가 요즘은 급기야 일류대학을 넘어 모든 대학의 의대.치대.한의대를 선호하는 추세로 치닫고 있으니 정말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심각한 청년 실업난과 이른바 '얼짱' '몸짱' 신드롬이 대학 교양과목 수강 신청에도 '장사진' '폐강'의 양극화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모양이다.

취업이나 '웰빙' 관련 과목은 인기를 끌지만, 인문.사회.자연과학 분야 강의들은 폐강하거나 그 위기에 놓이고 있다고 한다.

서울대마저 각 단과대학에 70여개의 '교양국어'를 개설했으나 인문.사회대의 20여개의 강좌는 수강생이 적어 폐강 위기일 정도다.

▲이 같은 전통 교양과목의 고전과 위기와는 대조적으로 한 대학의 경우 해외취업과 인턴십 관련 과목은 수강신청 1분만에 정원이 마감됐고, 또 한 대학의 입사 면접시험에 유용한 과목도 일찌감치 정원이 차버렸다 한다.

그런가 하면 외모나 건강을 주제로 한 강의들도 강좌를 늘리는 등 이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고 있다니 기가 찬다.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신입생들이 기초를 다지기보다 이해타산으로만 변하고 있다는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는 학문의 기초와 응용 분야가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한다는 점은 새삼 말할 필요조차 없다

부실한 기초 위에 응용 분야가 제대로 꽃필 수 있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더구나 사회의 오염에 대항하는 건강한 항체는 인문학과 같은 기초학문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끝없는 부패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원인도 그 항체가 약해지고 있기 때문은 아닐는지…. 이제 대학이 인간 중심주의의 '상아탑'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그 초석까지 허물어져서야 되겠는가.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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