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나이 많은 사람이 남세스러워서…".
지난달 26일 오후 앞산 심신수련장 앞. 몸에 딱 붙는 운동복 차림으로 산악자전거(MTB)를 사이좋게 타고 있는 젊은(?) 남녀가 눈에 띄었다.
힘차게 페달을 밟는 속도감이 힘이 넘쳐 보였다.
그런데 이럴 수가! 안전모와 보안경을 벗은 모습을 보니 얼굴에 주름살이 있는 노인들이었다.
황종환(66).강화자(62)씨 부부. 운동으로 취미생활을 함께 하며 노년을 즐겁게 보내고 있는 노부부이다.
"혼자만 건강하면 뭐 합니까? 부부가 같이 건강해야 노후를 즐겁게 보낼 수 있지요".
이들 부부는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을 같이 한다.
오전 7시가 되면 효명초교 체육관으로 배드민턴을 치러 간다.
날씨가 좋은 날은 앞산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부부가 함께 배드민턴을 치고 걷기 운동도 한다.
국민생활체육 남구배드민턴연합회장을 7년째 맡고 있는 황씨와 부인 강씨가 배드민턴을 같이 친 것은 15년이 넘는다
부부가 같이 전국대회에 나가 메달을 딴 것도 한두번이 아니다.
"배드민턴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같이 어울릴 수 있어 좋습니다.
시합을 하면 재미있고 난타를 치면서 실수할 때 등 운동하면서 웃는 것 자체가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
오전 9시 30분까지 배드민턴을 치는 이들 부부는 오후에 시간이 나면 산악자전거를 끌고 교외로 나선다.
팔조령, 팔공산, 비슬산…. 자동차가 뜸한 도로에서 산악자전거를 타며 속도감을 즐긴다.
"오르막길을 오르다가 내리막길로 쌩쌩 달리면 얼마나 신나는데요. 속도가 시속 28∼30㎞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6월부터 산악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젊은 사람도 처음 타면 힘이 드는 법인데 노부부가 처음 산악자전거를 끌고 나가 비슬산 정상까지 올랐다.
오랫동안 배드민턴을 쳐서인지 기본 체력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한다.
"머리가 아프고 허리도 안 좋아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아보니 복부 비만에 체지방이 많아 자전거를 타라고 권하더군요".
지난해 초만 해도 무릎이 아파 계단을 오르기 힘들 정도였다는 강씨는 의사의 권유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아픈 곳이 한군데도 없어졌다고 말한다.
"자전거를 타는 게 나이가 들수록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근육을 발달시켜 골다공증이나 관절염도 예방할 수 있다고 하는군요".
요즘은 자전거 타는 재미에 푹 빠져 배드민턴 전국대회에는 나가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들 부부는 "대구에서도 자전거 도로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면 주행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서인지 일부러 매연을 내뿜으며 심술을 부리는 차들이 적잖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는 시장에 콩나물을 사러 갈 때도 바늘과 실같이 함께 나선다.
그만큼 부부가 함께 하는 시간을 소중히 생각한다.
대구여성MTB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강씨가 여성회원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러 가면 황씨는 '옵서버'로 따라나선다
여자들만 있는데 끼면 어색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황씨는 "젊은 오빠 왔다고 인기가 높다"며 웃음짓는다.
이들 부부는 건강을 위해 몸에 좋은 채소류를 농약을 치지 않고 직접 재배해 이웃에게도 많이 나눠준다.
"부부가 같은 취미를 안 길러서 함께 다니면 재미가 없다고 느껴지는 겁니다.
부부가 함께 운동을 하는 것만큼 인생을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는 방법도 없을 겁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이들 부부의 뒷모습은 건강함과 행복으로 가득 넘쳐 보였다.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