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아파트 불법 구조변경

발코니는 우리말로 노대(露臺)다.

말 그대로 노출되어 이슬을 맞는 공간이다.

창이 없어야 노대다.

창을 달면 노대가 아니다.

우리 건축법에는 창의 유무를 막론하고 폭 1.5m까지(노대 면적의 15%이상 화단이 있는 경우는 폭 2.0m까지)는 바닥면적에 포함 안되는 노대로 간주한다.

이 발코니에는 화분을 놓거나, 빨래를 말리거나, 자잘한 물건을 두는 주택의 부속 공간이다.

햇빛과 공기를 받을 수 있는 외부 공간인 것이다

발코니가 없는 주택은 주머니가 없는 옷과 마찬가지로 불편하기가 그지없다.

가뜩이나 우리의 아파트는 수납공간이 적어 방 한 칸은 물건을 넣어두는 골방으로 쓰는 형편이다.

우리나라 공동주택(아파트 등)은 전면에 발코니를 두어 외풍을 막아주고, 방이나 거실로부터 외부를 격리시켜 고소공포증을 덜어준다.

뒤편에는 부엌이나 방의 일부에 발코니를 두어 부엌의 연속공간인 다용도 공간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거실이나 방에 붙은 발코니를 허가 없이 확장하여 바닥면적을 넓히고 있다.

무단증축 위법건물이 되는 것이다.

작은 것이 생광(生光)스럽다.

안동 임하댐이 내려다 보이는 지례 예술촌 사랑방은 8자(2.4m×2.4m) 방인데도 너 댓 명에서 많게는 칠팔 명까지 둘러앉을 수가 있다.

그렇게 좁은 공간에서 오순도순 이야기를 하면 친밀감이 더해지고 의사소통이 더 잘된다.

남북회담도 좁은 공간에서 서로 가까이 앉아서 하면 더 잘 풀릴 것이다.

안방이 넓으면 부부싸움의 냉전시간이 길어진다.

가족은 적은데 집이 커서 빈방이 많으면 흉가가 된다.

인체에 맞는 작은 공간을 휴먼 스케일(인간적인 척도)이라 한다.

신축 아파트의 내장재료를 뜯어내고 다른 고급 자재로 구조변경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자유사회의 다양한 욕구를 주택업체들이 충족 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거환경이 국민정신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 획일적인 우리 주거문화야말로 사회주의적 획일성으로 치닫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주택업체까지 확장형 모델하우스를 버젓이 전시해 불법 구조변경을 조장하지 말고 마감재료를 뺀 금액으로 분양하여 입주자들의 취향에 맞는 인테리어를 주택회사 관리 하에 시공토록 하는 것도 불법구조변경과 자원 낭비를 막을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아직도 달동네가 있고, 옥탑방이 있고, 노숙자가 늘고 있는 것을 안다면, 자원의 귀중함을 안다면, 그 쓰레기가 자연을 오염시킨다는 사실을 아는 지각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돈이 넘친다고 해도, 새 집을 마음에 안든다고 불법개조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파트 불법구조변경시엔 건축물관리대장에 '불법건축물'을 표기하여 불이익을 준다더니, 아무도 불이익을 받았다는 사람이 없는걸 보니 선거철이 가깝긴 가까운 모양이다.

임팔암 건축사사무소 건축동인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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