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전영권 대구가톨릭대 교수

"북으로는 팔공산, 남으로는 앞산과 비슬산이 있고 그 사이로 동화천과 금호강, 신천이 흐르는 대구는 생태학적으로 정말 '축복'받은 도시입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 소중함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산과 하천을 오르고 이용할 줄만 알았지 그것을 가슴으로 느끼고, 아낄 줄은 모릅니다".

최근 '이야기와 함께 하는 전영권의 대구지리'(도서출판 신일)를 펴낸 전영권(46)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 그는 이 책을 쓰기 위해 5년 동안 팔공산, 앞산을 수백여 차례 오르고 신천을 자전거로 순례하는 등 대구를 샅샅이 누비고 다녔다.

전 교수는 "지질.지형은 삶의 터전"이라며 "사람들이 지질.지형을 마구 파괴하는 바람에 자연은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삶의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지질.지형을 제대로 살피고 보존하지 않은 채 그 위에서 사는 동.식물이나 인간들의 삶을 거론한다는 것은 사상누각일 뿐이지요. 지질.지형이 온전해져야 동.식물이 살 수 있고, 인간들도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같은 관점을 토대로 그는 우리가 미처 몰랐거나 지나쳐왔던 대구의 지리를 책에서 속속들이 안내하고 있다.

"사람들은 화산지형인 주상절리를 제주도에나 있는 것으로 알지만 앞산 정상 등산로에도 주상절리가 있어요. 또 월배지역은 우리가 지리시간에 배웠던 선상지(扇狀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갖고 있습니다". 전 교수는 "굳이 다른 지역을 찾지 않더라도 우리가 사는 곳에서 지리 현장체험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대구는 '지리의 보고(寶庫)'"라며 "지리적으로 중요한 곳마다 안내판을 설치해 시민들이 그 모습과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생대 백악기의 공룡 발자국 50여개가 선명하게 남아 있는 신천을 비롯해 비슬산 자연휴양림 인근의 거북등 바위, 물흐름에 따라 만들어진 팔공산 수태골의 국두림 폭포, 후백제 견훤과 고려 왕건의 일화가 지명에 스며든 무태동과 나팔고개, 파군재 등 전 교수의 답사길은 대구 전역을 망라하고 있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이 땅을 제대로 알아야만 그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납니다".

대구경실련 환경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전 교수는 문화재청에 제안서를 제출하는 등 3년간의 끈질긴 노력끝에 지난 해 12월 비슬산 암괴류(돌강)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받는 '결실'을 거두기도 했다.

또 얼마전엔 독도 학술조사에 참여했던 그는 "인공 시설물에 의해 독도의 지형이 훼손되고 있다"며 "사람들을 마구 독도에 상륙시키기보다는 선상일주를 통해 독도사랑 정신을 고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전 교수는 "대구 시민들이 많이 찾는 앞산 고산골 경우 폭 100m에 등산로가 10개나 돼 동.식물들이 큰 피해를 입고, 토양이 유실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며 "등산로들을 주등산로 하나로 줄여 자연보존에 주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간이 자연에 전혀 변화를 주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지요. 개발은 하되 생태적 측면을 고려해 개발을 최소화하고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개발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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