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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은 지 5개월이 넘었다.

처음엔 몹시 주저하며 망설이다가 큰 마음을 먹었다.

불편함을 감수하면 그만큼 자신의 시간에 충실할 수 있을 것 같고, 계획된 삶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애물단지같은 거라 때론 귀찮기도 하지만 없으면 몹시 불편한 게 바로 휴대전화다.

함께하는 공동체 미사에 차가 막혀 발을 동동 굴러보아도 늦는다고 딱히 연락할 길이 없어 몹시 답답해 한 적도 있었고, 운영위원 모임에 지각할까봐 서둘러 차를 타고 일찍 나섰더니 모임장소 사무실 불이 꺼져 있어 공중전화로 연락을 해보니 모임 연기한다고 일괄적으로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또 연수 장소(시골)를 찾지 못해 1시간 정도 추운 밤에 헤맨 적도 있었다.

이처럼 휴대전화가 없어 때론 난처하고 불편함을 가끔 겪게 되지만 더 답답해 하는 사람들은 내 주위 사람들이다.

어떤 선배들은 뚱하게 "네가 뭐 대단하다고 연락을 끊고 사냐"부터 "무슨 일이 있느냐"는 염려까지 참 말들이 많았다.

속으로 후후 웃을 때도 있었지만 정중히 양해를 구하기도 하고, 때론 쓸데없이 바쁘고 번잡한 일상사에서 제자리를 찾으려고 그런 것이라 친절히 설명해주기도 한다.

문명의 이기는 분명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그 편리함 뒤에는 반드시 사람을 길들여 예속되게 만드는 엄청난 힘(세력)이 있다.

성찰하는 시간을 빼앗아가고, 판단을 흐리게 만들기도 하고, 바쁘게 인간을 내몰아붙이고, 내면의 고요함은 파괴되고…. TV가 그렇고 컴퓨터가 그렇고 자동차, 휴대전화가 그렇다.

과학, 기술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세상에서 정신의 자유로움과 인간의 존귀함은 자꾸만 그 자리를 잃어간다.

문명의 이기를 거슬러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문명의 이기가 판을 치는 상업적 자본사회에서 나름대로의 대안적인 삶을 생각하지 않고 산다는 건 어쩜 슬픈 일일 수도 있다.

임종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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