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끝까지 직무유기한 16대 국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아예 얼굴에 철판을 깔고 2월 임시국회 마지막 15분을 남겨둔 시점에서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정당법 등 3대 정치개혁법안의 본회의 처리를 무산시켜 버렸다.

민주당에 불리하게 통폐합된 전북의 2개 선거구를 다시 고치자고 민주당이 선거법 수정안을 전격 제출했고 이에 한나라당은 동조, 열린우리당이 반발함으로써 15분을 싸움박질에 허비해 버린 것이다.

다분히 방탄용 임시국회 소집을 노린 속셈이었다.

몰매맞을 각오까지 하고서 벌인 작태이니 유권자들로부터 그에 상응하는 처벌까지 각오했을 터이다.

법률안 800여개를 결국 자동폐기시켜 헌정사상 최악의 '직무유기 국회'란 오명을 썼지만 그래도 어제만큼은 정치개혁법안을 통과시킬줄 알았다.

지역구 16석과 비례대표 10석을 늘린 총 의원정수 299명에 합의, 3당 공히 제밥그릇 다챙긴 터였기 때문이다.

이걸 한나라당은 검찰의 불법대선자금 출구조사에 대응한 자기당 후보들의 보호막으로, 그리고 민주당은 '우리당'과의 사활을 건 총선에서 노 대통령 탄핵의 승부처로 임시국회를 활용하겠다는 속내라면 그야말로 집단이기주의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본란은 두 야당에 대한 비판과 별개로 이 사태가 노무현 대통령의 끊임없는 선거개입 논란, 중앙선관위의 맹물같은 태도, 검찰의 편파수사 의혹 등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여야 정치권 공동의 책임임을 간과하지 않는다.

결국 3월 임시국회는 3대 개혁법안의 통과를 위해서도 불가피한 모양새다.

정당들로서는 임시국회 전략짜느라 총선일정 차질이 불가피해졌고, 정치신인들은 합법적인 선거운동기간을 허공에 날려버려 그야말로 엉엉 울고 싶은 처지가 돼 버린 상황이다.

더구나 방탄국회가 열린다해도 내주초께 정치개혁법안을 후딱 처리하고 나면 의원들은 총선콩밭으로 내뺄게 뻔하다.

폐기운명에 처한 800여개의 법안이 불쌍하다.

개점휴업 상태의 3월 국회를 보면서 유권자들은 냉정히 심판의 칼날을 세워야 하리라 믿는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