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국선변호인' 노무현

"저는 아직도 그 사람들에 대한 신뢰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최도술 전 청와대총무비서관과 안희정씨 등 자신의 최측근 인사들의 비리혐의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이처럼 변함없는 각별한 애정을 보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모습은 권력형 비리혐의로 사법처리된 노 대통령 측근인사들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정서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다.

이날 노 대통령의 회견은 대국민사과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내용적으로는 국민들의 너그러운 이해를 바라는 자기 변론으로 일관했다.

노 대통령은 회견을 시작하면서 측근과 친인척비리에 대해 사과부터 했다.

"죄송하고 난감하기 짝이 없다.

거듭 머리숙여 사과드린다"면서 "이와 같은 일로 다시 사과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자세를 낮췄지만 이어진 30여분 동안의 해명으로 빛이 바랬다.

노 대통령은 이들이 불법적으로 조달해서 숨겨둔 돈에 대해 "축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통령에 대한 체면치레가 필요하다고 알아서 관리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선의로 해석하는 대목에서부터 '제 식구 감싸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안씨가 아파트구입에 유용한 2억원에 대해서는 "아파트를 팔고 이사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융통했지만 다시 제자리에 채워놓았기 때문에 착복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억지에 가까운 변론을 자처하기도 했다.

친형인 건평씨의 인사청탁을 설명하면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청탁을 가지고 형님을 괴롭혔겠느냐"면서 오히려 청탁을 한 사람들을 나무랐다.

심지어 노 대통령은 "노건평씨는 아무런 힘이 없다.

가만 좀 내버려두시면 좋겠다"는 당부까지 했다.

사돈인 민경찬씨에 대해서는 이들을 관리해야 할 민정팀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웠다.

10년, 20년 동안 자신을 위해 희생해 온 사람들이 감옥에 간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노 대통령이 '제 식구'에게만은 국민들의 너그러운 이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어버리는 일이라는 것을 망각한 것 같다.

대통령의 회견직후 곧바로 야당에서 '국선변호인 노무현'이라는 야유를 보낸 이유도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노 대통령의 그러한 자세 때문일 것이다.

정치2부.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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