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미정보여고 소프트볼팀

"에~이, 파이팅!"

지난 4일 오후 구미정보여고 운동장. 쌀쌀한 날씨지만 흰색 줄무늬 바지에 검은색 점퍼를 입은 15명의 여학생들이 짝을 맞춰 캐치볼 연습에 한창이다.

여기저기 씩씩하게 "파이팅!"을 외치는 목소리가 운동장에 울려 퍼졌다.

볼을 노려보는 눈매도 매섭다.

운동장 한편에서는 이제 갓 입문한듯 보이는 여학생들이 가까운 거리에서 캐치볼 연습에 한창이다.

볼을 놓치기 일쑤고 자세도 영 어설퍼 보이지만 귀엽기는 여느 여고생들과 다름없다.

실수 때마다 터지는 "까르르" 웃음소리가 정겹게 들린다

지난해 3월 창단한 대구.경북 유일의 고교 소프트볼 팀인 구미정보여고 선수들.

창단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6월 경북협회장기 4개 도시 여자 소프트볼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9월에는 제3회 평화통일 전국여자소프트볼대회에서 3위에 오르는 녹록잖은 저력을 과시했다.

지난달 15일부터 열흘동안 자매교인 일본 미야자키(宮崎)현 니치난(日南)시 니치난가쿠엔(日南學園)고교를 찾아 해외 전지훈련도 다녀왔다.

이런 노력들이 합쳐져 선수들은 그 어느때보다 자신감으로 충만하다.

이어지는 펑고(fungo)훈련.

전일본대학 여자소프트볼팀 투수 출신인 가네마루 가요(金丸佳代.29) 코치가 볼을 잡고 타격자세를 취하면 포수 채송화(18.3년)가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지른다.

옆에 있던 최준재(47) 감독에게 물어보고서야 그 말이 "내야볼 홈, 외야볼 세컨"이란 것을 알았다.

가네마루 코치가 친 볼을 유격수가 잡으면 홈에 송구하고 외야수가 잡으며 2루에 던지라는 말이었다.

여학생들은 볼이 자신들을 향해 오면 몸을 사리지 않고 달려든다.

다치지나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주니어 대표팀 유격수를 맡고 있는 박은희(18.3년)는 160㎝가 안되는 단신이지만 몸놀림만큼은 재바르다.

자기쪽으로 오는 볼은 어김없이 걷어내 홈으로 뿌린다.

그는 "소프트볼을 하면 살이 빠져 좋다"며 소프트볼 자랑을 했다.

하루 식사를 6끼나 하지만 몸무게는 오히려 4, 5㎏ 빠졌다고 했다.

작은 키로 인해 스트라이크존(무릎에서 겨드랑이 사이)이 좁아 타석에서는 유리하다고 그는 말했다.

야구와 흡사한 소프트볼은 단지 투수의 투구동작이 언더스로우라는 점, 투수의 손에서 볼이 떠난 뒤라야 도루가 가능한 점이 다르다.

또 홈에서 펜스와의 거리가 69m로 야구장에 비해 좁고 볼 크기가 지름 15㎝가량되는 것이 특징이다

언더스로로 던진다고 구속이 느리다고 생각하면 오산. 최 감독은 "소프트볼 강국인 미국에서는 구속 110㎞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팀의 주전 투수이자 주니어 대표팀에 소속된 조경애(18.3년)는 "자세히 측정해보지는 않았지만 주변에서 85km가량은 될 거라고 말한다"고 들려주었다.

국내 여자 소프트볼팀의 환경은 열악하다.

현재 전국적으로 고교 8개팀, 대학 8개팀이 전부이다.

지난 1990년 베이징(北京)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여자소프트볼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그나마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올해부터 전국체전 정식종목에 들어가면서 각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해 전망을 밝게 한다.

이런 열악한 환경은 역설적으로 고교 선수들의 대학 진학 관문이 넓어지는 효과도 있다.

1루를 맡고 있는 이란(18.3년)은 "경기에서 져도 재미있다"며 "더욱 기량을 닦아 단국대에 진학하고 싶다"고 속내를 밝혔다.

선수들은 여고생 특유의 쑥스러움때문인지 진학하고픈 대학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최 감독은 최근 계명대가 소프트볼팀 창단을 추진하는 등 대학 입학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구미정보여고 소프트볼팀 선수들은 모두 합숙을 한다.

식사는 물론 세탁도 직접 해결한다.

이런 조직생활 때문인지 선수들은 일반 학생들에 비해 예의범절도 밝아보였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유별나다'는 것이 주변 학생들의 이야기다.

최준재 감독은 "여자선수들이어서 느리고 섬세해 다루기 힘든 면도 있지만 깡(?) 하나만은 남자 못지 않다"며 "소프트볼은 남녀노소 모두 쉽게 즐길 수 있고 특히 여성들에게 생활체육 차원에서 널리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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