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탄핵사태의 표면적으로 빌미가 된 것은 선거법을 위반한 노골적인 선거개입 발언이었다.
과연 노 대통령은 '올인' 시비마저 낳은 4.15 총선에 대해 언제 어느 자리에서 어떤 말을 했을까.
그 출발점은 지난해 12월19일 대선 승리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서울 여의도 공원의 '리멤버 1219'행사에서였다.
노 대통령은 "시민혁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노사모 회원 여러분, 그리고 시민 여러분 다시 한 번 나서달라"고 했다.
이로부터 불과 닷새 뒤인 24일 노 대통령은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대통령 비서관 및 행정관 9명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다시 "4.15 총선은 한나라당을 하나의 세력으로 하고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축으로 하는 구도로 가게 될 것이다.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는 것은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꼴이다"라고 수위를 높였다.
이어 새해 들어 지난 1월14일 가진 연두기자회견에서 "총동원령은 적절치 않다
열린우리당은 책임정치를 하기 위해 정책정당이 되기 위해 정부에서 공직의 경험을 가진 사람을 영입하길 원할 것이다.
또 그것이 선거에 유리하다고 생각할 것이다"라고 마치 열린우리당 핵심 당직자를 연상케 하는 발언도 이어갔다.
그러나 총선 개입 발언의 하이라이트는 지난달 24일 취임 1주년을 맞아 가진 방송기자클럽 초청 특별회견에서였다.
그 이전의 발언들이 한정된 장소에서 소수의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파급효과가 크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공중파 방송들이 일제히 생방송을 하는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받은 충격파는 더욱 컸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선거에 관심이 많다.
대통령이 잘해서 열린우리당에 표를 줄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총선에서 나머지 4년을 제대로 하게 해줄 것인지 못 견뎌서 내려오게 할 것인지 국민이 분명하게 해줄 것이다"고 했다.
야당을 '탄핵 결의'라는 돌아오지 못할 길로 가게 만든 자극제는 노 대통령의 11일 기자회견과 12일 아침 발언이었다.
11일 회견에서 노 대통령은 야당의 사과 요구에 잘못이 뭔지를 잘 모르겠다며 정면으로 반박한 데 이어 12일에는 "잘잘못을 떠나 국민 여러분께 오늘과 같은 대결국면의 탄핵정국에 이르게 된 것을 참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어정쩡하게' 말했다.
야당은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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