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이를 주도한 야당의원들은 만세를 부르고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통곡했다.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당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고 우리당의 지지율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나, 민주당은 내분에 빠지고 우리당은 표정관리에 애를 쓰고 있다.
가히 정치는 무상하고 민심은 불가예측이다.
과연 민심은 무엇인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정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달 후 총선을 위해 각당은 어디에 주력해야 하는가?
지금 야당이 탄핵의 역풍을 맞고 우리당의 지지가 급등한 것은 탄핵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 때문이다.
분노의 근원은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는 국회의 '주제넘음'이다.
국민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지탄을 받아온 국회의원들이 탄핵한 데 대해 분노하고 있다.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할 권한을 가진 것은 그것이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탄핵이 미처 여론수렴을 거칠 겨를이 없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국회가 권한 밖의 일을 했다고 여긴다.
둘째는 정치인들의 '무책임함'이다.
과연 탄핵감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 사안을 굳이 탄핵으로 몰고 가면서 그것이 초래할지도 모를 사회적 불안을 무시한 데 대한 분노이다.
거기에는 '검은 금요일'을 운운한 언론사, 특히 방송사들의 '호들갑'이 한몫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의 국민감정이 한달 후 총선까지 연결될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변수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과 결과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애증(愛憎)의 감정과 달리 분노의 감정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총선결과는 각 정당이 이 점을 얼마나 이해하고 그에 따른 전략을 수립하는가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자연히 야당은 분노의 감정이 증오의 감정으로 자리잡지 않도록 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여론의 역풍을 '편파방송'의 탓으로 돌리고 방송사를 항의방문하기보다는 그것이 '탄핵감'이었다는 것에 대한 홍보에 주력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들로서는 다행히 헌법재판소의 심판은 바로 그 점을 따지기 위한 것이고 국민들의 이목도 거기에 쏠릴 것이기 때문에 아직 기회는 있다.
반면 우리당은 지금의 지지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지금의 지지는 반사적 이익일 뿐이기 때문이다.
반면 탄핵반대시위로 표출된 분노의 감정을 섣불리 이용하려고 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높다.
반대시위가 지속되고 사회적 불안으로 연결될 경우 여론의 질타가 우리당을 향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무엇보다 안정을 바란다.
탄핵안 가결 후 나흘이 지난 지금까지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준 것은 우리당이다.
한나라당은 예상보다 큰 여론의 역풍에 당황한 듯 그 지지자들이 그토록 고대해 온 당내개혁행보조차 주춤하고 있다.
지지율의 폭락과 내분을 겪고 있는 민주당의 위기는 더욱 크다.
반면 우리당은 경제를 챙기고 반대시위의 자제를 요청하는 등 책임있는 정당으로서의 이미지 구축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당이 사랑받고 책임있는 여당이 되기 위해서는 한 가지 깨달아야 할 것이 있다.
탄핵안 가결직후 정동영 우리당의장은 그것을 '냉전수구세력에 의한 쿠데타'로 규정했다.
또 우리당은 '쿠데타 심판'을 총선구호로 내걸었다.
쿠데타라는 용어야 법률적 용어가 아니라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니 굳이 따질 바가 못된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그 앞의 수식어, 즉 '냉전수구세력'이란 표현이다.
지난 일년간 노무현 정권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부진했던 것은 한나라당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은 때문이 아니라, 우리당 혹은 노무현 정권이 표출한 이념적 배타성과 경직성 때문이다.
정국을 개혁 대 수구, 혹은 진보 대 보수의 구도로 규정한 것은 택할 수 있는 정치전략이다.
그러나 이를 선악대결로 규정한 것은 문제가 크다.
정치의 핵심인 흥정과 타협을 부인하고 정국을 대결구도로 끌고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탄핵이라는 극단적 대결에 이른 책임의 일부가 거기에 있다.
아무리 '열린'이라는 수사를 붙여도 '우리'당이라는 이름 자체가 그들의 이념적 배타성을 반영한다.
이처럼 '우리'와 '남'을 가르고 '우리'는 선하고 '남'은 악하다고 주장하는 한 우리당은 결코 총선에서 목표의석을 얻지 못할 것이다.
지금 우리 국가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그리고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통합이지 분열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 태 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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