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열린 민주 사회를 소망한다

탄핵 정국으로 온통 나라가 소용돌이친다.

반대의 촛불과 찬성의 피켓이 서로의 적대감을 증폭시킨다.

돌이켜 보자, 이땅을 통치한 수많은 제왕 중 몇몇이 왕좌에 앉은 채 왕권을 정지당하였던가. 정부수립이래 대통령 자리는 하야와 서거로 점철되다 현직 대통령의 탄핵소추란 비상한 국면에까지 와버렸다.

그런데 10.26과 12.12를 경험한 시민들이 제왕처럼 군림하며 세상의 모든 중심축을 이루던 대통령이 어느날 갑자기 무대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고 답답해 하나 불안해 하지는 않으며 세상은 여전히 전과 같이 돌아간다.

이것이 건국 60여년 우리가 이룬 자유민주주의의 성과인가. 어쨌든 대통령권한대행자를 중심으로 하여 이 나라가 흔들림 없이 나아가고 있어 다행스럽다.

아쉬운 것은 우리에게 닥친 국면에 대하여 이성적이고 진지한, 미래를 향한 열린 토론과 대화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탄핵의 찬성자나 반대자 모두 격앙된 기분으로 적대적인 언어를 뱉으며 서로가 유리한 국면으로만 몰고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또 가장 냉철하고 침착하여야 할 지식인들과 교육단체, 언론 등이 열정을 주체 못함인지 증오의 감정이 뒤범벅된 주장을 쏟아내어 시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대한변협만 해도 그렇다.

법률가란 언론인이나 정치가와는 달리 현장에서 약간 비켜서서 법치주의의 근간을 살리고 감시하는 일이 일차적 사명이다.

왜냐하면 법질서는 축구경기의 룰이고 법률가는 심판과도 같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공정하게 룰에 따라 멋진 경기를 펼쳐 관중을 감동시키게 하는 일이 법률가와 심판의 몫이다.

심판이 선수들을 제치거나 골문 안으로 뛰어들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대한변협은 마치 선수처럼 민감한 정치판에 바로 뛰어들어 판세의 흐름에 이리저리 가세한다는 인상을 남겼다.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을 할 틈이 없다는 핑계나 그 말 하나로 대한변협이 얼마나 예민한 정치적 사안에 자제할 줄 모르고 신속하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정치적이라 할 행동도 마다하지 않았는가 하는 이유가 그대로 설명된다.

제왕도 법질서 아래 존재한다(King can do no wrong)는 명제는 우리나라와 같은 자유민주국가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원칙이다.

대통령도 모든 행위를 법에 따라 하여야 하고 법에 어긋난 행위를 하였을 때 반대당이 다수인 한 탄핵소추를 각오하여야 하는 것이 우리 헌법 질서이다.

선관위가 선거법을 어겼다고 하는데도 겨우 수십석의 원내 지지당을 가진 대통령이 탄핵정국을 세련되게 비켜가지 못하는 것은 현명하지도 바람직스럽지도 않다.

의회정치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늘 약간의 당파적 이해관계나 정쟁이 끼어들게 마련이고 그것은 그리스 로마 이래 동서고금의 모든 공화정이 보여준 실례이다.

그리고 대통령권한정지란 헌법적 위기는 대통령이나 국민 모두에게 반드시 소망스럽지만은 않은 일이기 때문에 그 일차적 책임은 국정의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에게 주어져야 한다.

어쨌든 탄핵소추는 헌법절차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헌법파괴나 헌정중단, 쿠데타적 발상이니 하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탄핵소추는 헌법이 이런 때를 예상하여 처방을 마련하고 있는 헌법절차이고 헌법재판소는 헌법정신에 따라 대통령의 범법행위 어디까지가 파면사유이고 어떤 정도의 위법은 리더십의 손상이나 정치적부담으로만 끝나야 하는지를 판단할 것이고 그것으로 탄핵정국은 종료되어야 한다.

그리고 헌재의 최종판단이 어떠하든 국민과 정당 시민단체는 승복하여야 하며, 이제라도 헌법재판소를 제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서로의 위세 다툼을 중단하자. 독도를 넘보는 일본이나 고구려사까지 삼키며 떠오르는 중화제국을 바로 곁에 두고 남북으로 갈라진 것도 모자라 탄핵의 찬반으로 산산조각이 나서야 되겠는가. 대한민국은 전진하여야 한다.

김익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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