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겨울 동안 웅크렸던 몸을 펴고 들로, 산으로 떠나는 계절이다.
학생들에겐 자연 속에서 배움을 찾을 수 있는 시기다.
보고 듣고 만지며 배우는 체험학습은 책으로 배우는 것과 비교할 바가 못 된다.
가족끼리 체험학습을 떠나보자.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
지식 습득이 아니라 감동의 장이어야 한다.
굳이 명승지나 공부에 도움이 될 곳들을 찾을 필요는 없다.
만물의 소생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새싹, 야생화 관찰만으로도 훌륭한 체험학습이 된다.
체험학습은 얼마나 준비하고 계획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천양지차다.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과정을 알아본다.
◇떠나기 전
온 가족이 둘러앉아 준비해보자. 가서 볼 것에 대한 예습도 되고, 활동을 계획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체험학습은 준비 단계부터 자녀에게 주도권을 주는 게 좋다.
주제나 장소에 대해 미리 알아보고 탐구할 기회를 줘야 한다.
▲장소 선정
부모들은 널리 알려진 곳을 찾는 경향이 있다.
장소를 고르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일정한 볼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는 체험학습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잘못이다.
교통체증에, 인파에 시달리고 나면 현장에 가서도 안내판이나 베끼고 돌아오기 십상이다.
생각을 조금만 열면 좋은 체험학습장은 널려 있다.
가령 시골 할머니집에 가서 산나물이나 봄꽃, 봄꽃, 개울가 수생식물을 관찰하는 것도 좋은 체험학습이 된다.
▲준비물
주제에 따라 갖춰야 할 준비물도 다양해진다.
스케치북, 나침반, 돋보기, 필기구 등은 꼭 챙겨야 한다.
수생식물 관찰을 떠나기로 했다면 식물도감, 뜰채 등도 가방에 넣어두자. 디지털 카메라를 준비하는 것도 좋다.
▲사전학습
교과서, 백과사전, 인터넷 등을 통해 폭넓게 알아본다.
공부로 시켜서는 안 된다.
여행 코스를 자녀 스스로 결정하게 만든다든지, 답사할 것들을 선정하게 만드는 등 동기 부여 수준이면 충분하다.
탐구 과제도 자녀들의 눈높이에 맞춰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가능하다면 무엇을 관찰하고 기록할지 정해 학습지를 미리 만들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현장에서는
언제나 자녀가 앞장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미리 알아온 내용을 지도 삼아 보물찾기 하듯이 현장을 체험하도록 해 보자. 부모가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건 금물. 질문을 할 때도 답변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자녀가 제대로 보고 있는지 관찰하는 듯한 모습도 좋지 않다.
창의적인 시도는 많은수록 좋다.
절에 갔다면 주위 구경만 할 게 아니라 법당에 앉아 명상하는 시간을 갖는다든지, 지붕 밑 단청 모양을 그려보는 등 구체적인 체험이 이뤄져야 오래 기억에 남는다.
간단한 메모와 사진촬영 정도는 자녀 스스로 하도록 배려하자. 사진 촬영은 자녀가 체험학습에 흥미를 가질 수 있게 만드는 좋은 방법이다.
식사는 미리 준비해 가기보다 그 지역의 식당에서 지역 음식을 먹어보면 나름대로 좋은 체험이 된다.
◇보고서 만들기
체험학습을 떠날 때는 즐거워하던 아이들도 막상 보고서를 만들라고 하면 인상을 찌푸린다.
학교 과제물이라고 하면 학부모가 더 열성으로 달려든다.
이래서는 체험학습의 의미가 반감될 뿐만 아니라 의존성만 키울 수 있다.
학부모는 문제 제기 수준에서 도와주는 게 바람직하다.
어른의 손을 거치면 번듯해 보이지만 창의성은 살리기 어렵다.
조금만 도와주면 아이들은 어른들이 도저히 생각해낼 수 없는 창의적인 내용들을 어렵지 않게 만들어낸다.
보고서는 우선 체험학습에서 보고 느낀 것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구체성을 살려 정리하게 유도한다.
단순히 '참 좋았다'는 식이 아니라 어떤 점이 어떻게 좋았는지, 어떤 부분이 인상에 남았는지 등을 담아야 한다.
보고 들은 것, 체험을 통해 새로 알게 된 사실, 느낌 등은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체험학습을 통해 알게 된 원리나 법칙, 학습 결과의 실생활 적용 등이 들어가면 더욱 좋다.
일정한 양식에 맞춰 쓸 필요는 없다.
글을 좋아하는 학생은 글로, 그림을 좋아하는 학생은 그림으로 만들면 된다.
일기, 편지, 만화, 신문기사 등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자녀가 원하는대로 자유롭게 만들도록 도와주면 된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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