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국땅 병마, 서러운 외국인 '도망자'

지난해 10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관광 비자로 입국한 뒤 불법 체류 근로자가 된 중국인 장친생(43)씨. 그는 지금 대구 동산병원에서 사경을 헤메고 있다.

그가 입국한 지 한달 후에 시작된 외국인 근로자 강제추방을 피해다니다 '패혈증'에 걸려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는 것.

장씨는 입국 비용으로 1천200만원이나 되는 돈을 쓴뒤 대구 성서공단에 일자리를 구했지만 고작 한달여 일을 한뒤 도피와 병원 신세로 한국 생활을 보내고 있다.

중국인 동료 쎈 카이(35)씨는 "숨어지낸 지 며칠이 되지 않아 기침을 하기 시작했는데 감기약으로 버틴 것이 화근이 됐다"고 울먹였다.

말 한마디조차 할 수 없는 장씨는 밀린 병원비 때문에 언제 '호흡기'가 떼어질지 모르는 신세다.

불법 체류한 외국인 근로자의 도피 생활이 장기화되면서 이들이 '의료 사각 지대'에 방치돼 또다른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소한의 의료 혜택조차 받을 수 없는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가 대구.경북에서만 2만여명에 이르고 있으며 이중 상당수가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인 것.

대구외국인상담소 관계자는 "도피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과 향수병 등으로 인해 상당수가 우울증 초기 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산업재해나 교통사고를 당하더라도 병원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가 없는 형편"이라며 "자칫 심각한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장씨 외에도 지난 28일 북부정류장 부근에서 차에 치인 베트남 근로자와 이달초 김해의 공장에서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의 단속을 피하려다 건물에서 추락한 스리랑카 출신 근로자가 대구의 병원에 입원해 있지만 치료비가 없어 애를 먹고 있다.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김경태(46) 목사는 "불법체류 근로자에 대한 의료 지원은 법을 떠나 인도적인 차원에서 정부가 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몇몇 단체에서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이들을 돕기에는 너무 벅차다"고 밝혔다.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053-653-0696.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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