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악기 이야기-(5)건반색은 재질상아·흑단서 유래

팝가수 폴 매카트니와 스티비 원더가 1988년 발표해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한 '에보니 앤 아이보리'(Evony & Ivory)는 '흑인과 백인이 나란히 피아노 앞에 앉아 노래하며 조화롭게 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노래 제목 '에보니 앤 아이보리'는 피아노 흑백 건반을 의미한다.

피아노 건반은 왜 흑백일까. 노란색, 빨간색 건반은 없을까.

피아노 건반이 흑백인 것은 옛날에 상아와 흑단을 건반 재질로 쓴 데서 유래됐다.

검은 색이 축소돼 보이기 때문에 돌출된 반음 건반을 흑단으로, 온음 건반을 상아로 만들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반면 피아노의 조상격인 쳄발로는 온음 건반이 검고 반음 건반이 희다.

쳄발로의 영향으로 바로크나 모차르트 시대의 피아노는 건반의 흑백이 지금과 반대인 것도 많았으며, 나무결 색을 온음 건반에 그대로 사용한 것도 있었다.

현을 나무 망치로 두드려 소리를 냄으로써 음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악기의 제왕' 피아노의 등장은 18세기 음악계에 혁명과도 같은 사건이었다.

피아노 안에는 220개 안팎의 현이 들어 있는데 이 현들의 장력은 무려 20t으로 코끼리 세 마리가 당기는 정도의 힘이다.

이같은 엄청난 장력을 견디기 위해 피아노의 줄을 매는 프레임은 철골로 돼 있다.

피아노 줄은 영화 와이어액션신 촬영때 사용되고 있다.

'피아노'(piano)는 음악용어로 '약하게 연주하라'는 뜻을 갖고 있다.

피아노에 이같은 이름이 붙은 것은 이름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악기제작자 크리스토폴리가 1709년 쳄발로를 개량해 피아노를 처음 만들고 '강약을 줄 수 있는 쳄발로'라는 뜻의 '그라비쳄발리 콜 피아노 에 포르테'(gravicembali col piano e forte)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름이 너무 길자 사람들은 '피아노 포르테'로 줄여 불렀고, 다시 '포르테'가 떨어져 나가 '피아노'란 이름만 남은 것이다.

사족 하나. 피아니스트는 객석 기준으로 볼 때 옆 방향으로 앉아 연주한다.

그 유래는 음악인 중 최고의 미남으로 꼽히는 프란츠 리스트(1811~1886)에서 찾을 수 있다.

쇼맨십이 강했던 리스트가 석고상처럼 잘 생긴 옆 얼굴을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같은 연주 자세를 시도했는데 이것이 유행이 돼 굳어졌다는 것이다.

리스트는 연주하는 자신의 손을 관객들이 잘 볼 수 있도록 피아노 두대를 갖다 놓고 번갈아가며 치기도 했다.

리스트가 무대 위에서 피아노를 치면 그 모습에 반해 눈물을 흘리는 귀부인들이 많았으며 졸도하거나 기념물로 갖겠다며 피아노 줄을 잡아 뽑으려는 이도 있었다고….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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