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약효 떨어진 '약전골목 현대화'

대구시 중구 약전골목의 현대화를 위해 98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해 5월 조성된 '한방 테마 거리'가 1년도 안돼 조형물이 부서지고 상징문은 짓다가 중단된 채 흉물로 방치되는 등 시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6일 오후 한방 테마 거리내의 구 제일교회앞. 높이 2.7m의 화강석으로 만들어진 열주 조형물 하나가 세조각으로 부러진 채 길거리에 나뒹굴고 있었다.

지난달 말 이곳을 지나던 차량에 들이받혀 조각났는데 아직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둔 것. 지난해에는 서편 일주문에 설치된 조형물이 차량에 받혀 부서지기도 했다.

화강석과 나무로 만든 벤치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모두 36개의 벤치가 설치됐으나 일부는 도로변의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임의로 옮겨진데다 불법주차 차량들이 벤치에 바짝 붙어 세워져 휴식 공간으로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

이곳을 지나던 김남수(45.자영업)씨는 "100억원 가까운 돈이 들었다는데 어떻게 해서 흉물스럽게 부서진 조형물과 앉지도 않는 벤치들만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며 "테마 거리 조성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관리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한 일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여기에다 중앙파출소 건너편의 동편 상징문은 찬반 양론에 휩싸이면서 건립공사가 도중에 중단되는 바람에 세우다 만 철골구조물이 통행에 지장을 초래하고, 밤이 되면 조형물과 벤치 근처에 쓰레기들이 쌓여 악취를 내고 있다.

한 상인은 "30억원을 들여 공영주차장을 만들어 놓았지만 테마거리 이용객들이 불법주차를 하는 탓에 테마거리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시민들의 의식이 문제가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한방 테마 거리가 많은 예산을 들여놓고도 전국적인 명성을 가진 약전골목만의 특색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15개의 열주 등 각종 조형물들은 약을 달일 때 쓰는 대나무 막대나 약탕주전자 등을 상징한다며 만든 것인데 너무 단순하게 보여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이게 뭐냐'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영남대 정진수 교수(건축학과)는 "재래시장 활성화기금으로 100억원에 가까운 돈이 투자되었으면 동양적인 미와 현대적 편리함을 살린 아름다운 전통거리가 되어야 하는데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가 되어버렸다"면서 "이 때문에 약전골목만의 특색을 살리는 데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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