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패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가지. 하나는 뛰어난 소재이고, 또 다른 하나는 소재(천)를 상품화하는 디자이너의 감각이다.
세계적인 화섬산지 대구가 살아남는 길은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들이 즐겨 찾을 수 있는 소재, 차별화된 소재를 만들어내어 섬유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 특히 텍스타일 디자인이 가미된 소재는 아름답고 독창적이어서 소비자들을 끌어당기는 마력을 지녔다.
이에따라 대구.경북에서도 섬유소재의 고부가화를 위해 텍스타일 디자인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역 섬유미술계, 섬유산업계, 일부 디자이너들이 텍스타일 디자인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을 펴는데 이어 대구시가 비엔날레 형식의 관련 전시회를 추진, 텍스타일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르노삼성자동차 침산동지점에선 '생활속의 섬유미술'을 표방한 '대구섬유디자인 및 국제작가초대전'이 열려 주목받았다.
손순복 전 대구섬유미술가회 회장은 "이탈리아 같은 섬유선진국의 경우 섬유미술이 일상 깊숙히 파고들어 산업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라며 "일반적인 섬유미술품은 물론 에스키스(초기 아이디어) 형태의 작품도 소재에 접목돼 고부가 제품을 탄생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서도산업 디자인기술연구소 황욱 실장은 디지털날염 기법으로 텍스타일 디자인의 산업화 길을 보여주고 있다.
황실장은 "대구.경북 섬유산업은 최종 단계의 외형적 패션에 치우쳐 모든 패션의 기본인 텍스타일 디자인 육성을 등한시, 매년 이탈리아 텍스타일 디자인이 한국으로 대거 건너와 건당 로열티가 160~300달러에 거래되는 실정"이라며 "텍스타일 디자인을 키우지 않고 남의 나라 디자인만 모방해선 소재의 고부가는 없다"고 단언했다.
텍스타일 디자인의 중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지난해부터 추진되고 있는 '아트 텍스타일 비엔날레'는 바로 이런 이유때문에 국내외 텍스타일 전문가들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대구시는 이 비엔날레를 '패션아트인대구'(잠정 사업비 50억원)의 3대 행사 중 하나로 집중 육성해 광주, 청주 비엔날레에 못지않는 국제 행사로 발돋움시킬 계획이다.
대구는 섬유.패션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텍스타일 디자인 인프라도 풍부하다.
1세대 김지희 대구 가톨릭대 교수(전통문양산업디자인개발센터장)를 시작으로 양행기 영남대 교수, 이연희 계명문화대 교수 등 40여명의 텍스타일 작가들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고 대구섬유미술가회, 대구섬유디자인연합회, 천연염색회 등 관련 단체들도 즐비하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텍스타일 디자인=소재(천)를 아름답게 만드는 총체적 '패션'을 의미. 섬유선진국들은 섬유공장마다 텍스타일 디자이너를 고용하고 있거나 소재미술가 및 디자이너에게 천 디자인을 의뢰한다.
피카소도 텍스타일 디자이너로 일하기도 했다.
대구, 경북의 경우 지나치게 섬유산업의 하드웨어 구축에 매달려 텍스타일 디자인같이 감성적으로 와닿는 소프트웨어 분야를 등한시 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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