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을 일주일 앞둔 9일 대구.경북지역의 선거분위기를 바라보는 출향인사들과 외지인들의 시선은 착잡하다. 탄핵역풍으로 한나라당이 자멸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지역출신인 박근혜(朴槿惠) 대표체제가 들어서면서 한나라당이 대구.경북지역을 싹쓸이하는 듯한 바람이 불고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주장하고 있는 '거여견제론'이 먹혀들고있기 때문이라는 일부 분석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출향인들과 외지인들은 '지역구도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박양호(53) 국토연구원 국토계획환경연구실장은 "선거에서 특정정당이 싹쓸이하는 것은 지역주의의 발현으로 볼 수 있다"며 "우리시대의 화두는 '상생'(相生)인데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상생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대구가 고향인 박 실장은 "과거 역사에서 우리는 고비고비때마다 대립과 갈등양상을 보이면서 주어진 좋은 기회를 다 놓쳤다"고 말했다.
특히 박 실장은 대구.경북지역의 한나라당 지지일변도에 대해 "(한나라당 지지를)지역주의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보수일변도의 지역분위기는 세계화되고 있는 새로운 시대흐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이제는 이념도 보수와 진보가 뒤섞여서 상생하는 혁신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호남출신의 외지인도 대구.경북지역의 지역구도를 호되게 비판했다.
97년 대선때까지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을 지지했었다는 장영환씨(39, 외국어학원강사)는 대구.경북지역의 한나라당 지지분위기에 대해 "별로 안좋게 본다"며 입을 열었다. 장씨는 "호남지역에서도 민주당후보가 다 떨어졌으면 좋겠다"면서 "이제는 경상도에서도 국민들의 정치의식이 많이 높아지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장씨는 "대구.경북사람들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에 이유가 있다면 찬성한다"면서도 "그러나 아무런 생각없이 감정적으로 과거 DJ를 미워하듯이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을 싫어해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이라면 바람직하지않다"고 말했다. 지역구도의 연장선상이라는 비판을 다시 한번 곱씹어봐야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견제세력으로서 거대여당을 견제하기위한 야당지지라면 찬성한다"며 건전한 야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탄핵에 대해서도 그는 "탄핵은 사실 적당히 한 대 때리면 될 것을 죽도로 패버린 것 아니냐"면서 "그런데 탄핵표는 정동영 의장이 다 까먹어버렸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장씨는 이번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손미경씨(41.인천일보기자)는 주부의 입장이라며 "탄핵정국속에서도 대구.경북사람들이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나선 것은 여전한 지역주의적인 선거행태"라고 비판했다.
손씨는 "한때는 한나라당을 지지했었다"면서도 "지역감정에 호소해서 표를 얻는 행태는 이제는 사라져야하는 것 아니냐"면서 "민주당의 추미애(秋美愛) 선대위원장이 광주에서 삼보일배를 한 것도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구시대적인 정치행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이같은 지역주의의 잔재가 영.호남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손씨는 "이번 총선에서는 탄핵심판론이나 거여견제론등의 바람에 휩쓸리지않고 대구.경북사람들도 열린우리당이든 한나라당이든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게 인물을 보고 선택하는 그런 높은 정치의식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대학생인 구경준(22.서강대)씨는 "탄핵을 주도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다른 지역에서 대구.경북사람들을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진 '보수꼴통'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곱씹어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씨는 "평소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고 사실 탄핵에도 별다른 생각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선거때만 되면 특정지역에서 특정정당이 압도하는 현상은 후진국정치 아니냐"고 덧붙였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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