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

옛날에 어떤 곳에 의원을 하는 영감이 살았는데, 이 집에는 늘 손님이 많이 왔어. 의원이니까 병 고치려고 오는 사람도 있고, 지나가다가 하룻밤 묵어가려고 들르는 사람도 있었지. 하루는 이 집에 점쟁이 한 사람이 들러서 하룻밤을 묵었어. 그런데 이 점쟁이가 이튿날 아침에 의원 영감의 책상에 얹힌 연적을 보고서 한다는 말이,

"영감님, 저 연적이 오늘을 못 넘기고 부서지겠는데요".이런단 말이야. 영감이 들어 보니 같잖거든. 연적이라는 것이 벼룻물 담아 두는 조그마한 그릇인데, 책상 위에 가만히 놔둔 것이 왜 부서지겠느냐 말이야.

"예끼, 이 사람아. 헛소리하지 말게. 멀쩡한 연적이 부서지긴 왜 부서져?"

"아, 틀림없이 부서진다니깐요".

"그럼 나하고 내기하세. 정말 저것이 부서지나 안 부서지나, 돈 백 냥을 걸고 내기하세".

"좋습니다".

이래서 내기가 붙었어. 그런데, 의원 영감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아무래도 마음이 안 놓이거든. 책상 위에 얹어 놓은 연적이 굴러 떨어지기라도 하면 안 되잖아. 그래서, 노끈으로 조그맣게 그물을 떠 가지고 그 안에 연적을 넣었어. 그러고는 그것을 천장에다 디룽디룽 매달아 놨어.

'흥, 이렇게 해 놔도 이놈이 부서질까?'하고서 하루 종일 그것만 요렇게 들여다보고 앉아 있는 거야. 두 사람이 말도 안 하고 앉아서 내내 그것만 쳐다보고 있단 말이지.

하루 종일 그러다가 이제 해가 설핏 기울었는데, 아 이 때 며느리가 와서 영감을 부르네.

"아버님, 아버님". "왜 그러느냐?"

"안에 좀 들어와 보십시오. 아이가 몹시 아픕니다".

"알았으니 가 있거라".

손자가 아프다는데도 이 영감은 일어날 생각을 안 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연적이 부서지면 안 되니까, 어떻게든 그걸 지키고 앉아 있으려고 그러는 거지.

조금 있으니까 아들이 와서 또 영감을 불러.

"아버지, 아버지".

"왜 그러느냐?"

"얼른 안에 좀 들어와 보십시오. 아이가 곧 숨이 넘어갑니다".

"알았으니 가 있거라".

손자가 곧 숨이 넘어간다는데도 그냥 그러고 앉아 있어. 연적 지키느라고 말이지.

조금 있으니까, 이번에는 아내가 문을 왈칵 열고 들어오네. 이 할머니는 손자 곁에서 이제나저제나 영감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가, 암만 기다려도 안 오니까 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달려온 거야. 그런데 문을 열고 턱 들어와 보니, 아 이놈의 영감이 그물에다가 연적을 넣어서 매달아 놓고 그것만 뚫어져라고 요렇게 들여다보고 앉아 있거든.

"아, 손자가 곧 죽게 생겼는데 이놈의 것이 다 뭐야?"

할머니가 그만 역정이 버럭 나서 연적 매달아 놓은 것을 뚝 떼다가 냅다 문 밖으로 던져버렸어

그러니 뚝 떨어지면서 바싹 깨졌지. 그러니까 영감이 점쟁이 보고서, "야, 자네가 참 용하이. 저게 기어이 깨지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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