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말레이시아의 압둘 아지스 이슬람교당 지도자가 미녀의 공직 진출을 막자고 제안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미녀는 부자 남편을 만나 잘 살 수 있으므로 못생긴 여성에게 기회를 주자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세태는 과연 어떤가. 미인은 모든 여성의 우상이며, '아름다움에의 소망'은 우리 시대의 '신흥종교'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게다.
예뻐지려고 성형수술을 몇 차례, 몇 군데씩 거듭하는 여성들 앞에서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라며, 부모가 물려준 몸은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함부로 손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가는 핀잔은 고사하고 '박물관에나 가라'고 할는지 모른다.
▲단발령에 목숨까지 내걸었던 조상들을 생각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 정도가 아니다.
몸에 대한 유교적인 외경이 사라져버린 건 개인의 신체에 대한 결정권을 얻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개인의 자유'가 아니라 '예속의 심화'가 아닐는지 모르겠다.
남의 눈을 의식해서 뿐 아니라 취직에마저 유리하므로 위험을 무릅쓰고 얼굴과 몸을 뜯어고치는 세태이지 않은가.
▲미국에서는 요즘 외모를 성형수술한 뒤 목소리까지 젊게 바꾸는 수술이 인기라 한다.
얼굴 성형을 해도 나이든 목소리를 내면 효과가 적기 때문이다.
목소리 성형은 이식 조직을 끼워 성대의 틈새를 좁혀주거나 지방.콜라겐 등을 넣어 성대를 통통하고 유연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는 모양이다.
과거에는 성대가 손상된 환자들에게 사용됐으나 요즘은 멀쩡한 사람들 사이에 확산되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요즘 신종 비만치료 시술법인 '위 절제술(배리애트릭)'을 받은 사람들이 숨지거나 심각한 후유증이 생기는 등 의료사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사람에 따라 복통과 어지럼증, 호흡곤란 등을 일으키며, 숨지는 경우도 있어 큰 문제다.
지난해 국내에 처음 도입된 뒤 200건 이상 시술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문제는 극성 때문인 것 같다.
미국 등에서는 고도비만 환자들이 받는 수술을 젊은 여성들 사이에 '미용수술'로 남용되는 탓이다.
▲지난해 미국의 한 방송에 따르면 요즘 인류에 재앙을 안겨주는 10가지 과학기술 중 핵무기.지뢰 등과 함께 성형수술을 포함시킨 바 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과 외모 가꾸기의 풍조를 나무랄 수만은 없다.
그러나 외모 다듬기와 허영심은 끝이 없어 지나치면 화(禍)를 부르게 마련이다.
외모지상주의가 판치는 세상은 병든 사회일 뿐 아니라 수술 과잉은 또 다른 야만행위인지도 모른다.
지체(肢體) 손실을 보완하는 '재건 성형'이 아니라 '과잉 미용성형'은 자제돼야 하지 않을까.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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