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피해자에 되레 보상하라니…

"오히려 우리 배가 좌초돼 모두 수장될 뻔 했다". 22일 영덕군청 해양수산과. 지난 10일 일본 EEZ(자국 보호수역)내에서 일본 어업지도단속선 미우라호와의 충돌 문제로 조사를 받으러 온 강구항 소속 오대호 박상욱(52.영덕군 강구면 강구리) 선장은 "진실을 가려 달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박씨가 이날 군청에 온 것은 주한 일본대사관이 해양수산부를 통해 당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 달라고 한데 따른 것. 일본측은 자국의 어업지도선이 한국 오대호에 받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해양수산부를 통해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오대호의 설명은 다르다.

게를 잡으로 간 오대호는 당시 항해 미숙으로 일본 EEZ으로 이동하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일본 어업지도선이 나타나 항해를 방해했다는 것. 이 과정에서 오대호가 받혀 기관실 등 선체 전반이 큰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선장 박씨는 "당시 그 자리에서 몽땅 가라앉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서 "일본 어업지도선은 499t이나 되는 배인데 25t에 불과한 오대호가 죽을려고 받았겠느냐"고 반문했다.

당시 오대호에는 선원 9명이 타고 있었다.

박씨는 또 일본 어업지도단속선은 속도가 시속 30노트나 되는데 반해 오대호는 최고 속도가 8노트여서 도주했다는 주장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즉, 일본측 주장대로라면 자전거가 자동차를 들이받고 도망갔다는 것인데 망망대해 위에서 그게 가능한 말이냐는 것이다.

오대호는 충돌 후 선체에 물이 차오르자 선수를 돌려 이틀 후인 10일 오전 6시쯤 입항, 수리를 받았다.

조사를 담당한 유국진 수산행정담당은 "우리나라 어선과 일본 어업지도선이 바다에서 충돌해 문제가 되기는 처음인 것 같다"며 "양측의 주장이 달라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은 만큼 일본측과 우리나라 해양수산부가 피해 사진 등을 근거로 정밀 조사를 해 보아야 사실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종 판정에서 오대호가 피해를 입힌 것으로 나타나면 정부가 우선 배상해주고 그 후 오대호에 구상권을 청구하게 된다.

일본측의 이런 처사에 대해 국내 선주협회 등은 시각을 달리하고 있다.

향후 어업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일본측의 제스처로 보는 것. 한 선주는 "여러 정황으로 보아 오대호의 잘못은 없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일본측이 이것을 부각시킨 것은 중간수역을 갖고 교섭할 때 트집을 잡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한.일어협협정 체결 후 양국은 매년 한차례씩 만나서 한.일 중간수역내 어획량과 조업 시기 등을 조정하고 있다.

올해 조정시기는 다음달 말로 잡혀 있다.

영덕군에 따르면 현재 영덕군 강구.축산항 소속 어선 5척과 포항 구룡포항 소속 17척 등 22여척이 한.일중간수역으로 나가고 있으며 주로 영덕대게를 잡는다는 것.

조사를 마친 선장 박씨는 "내가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 만큼 그냥 지나가려 했는데 일본측에서 문제를 제기했으니 이제는 정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하도 기가 막혀 말이 안나온다"고 했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