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속철 개통 한달 성적표

고속철이 개통된 지 한달이 됐지만 당초 기대에는 아직 못 미치는 것 같다.

개통 초기의 잦은 고장과 연착은 이달 중순 들면서 거의 사라졌지만 역(逆)방향 좌석 등 승객의 불만사항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데다 환승 불편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운행 성적표

28일까지 고속철을 이용한 승객은 하루 평균 7만1천명(경부선 5만9천명, 호남선 1만2천명)으로 당초 예상치인 15만명을 크게 밑돌았다.

평균 탑승률은 60%(경부선 67.8%, 호남선 38.1%).

탑승률이 개통 초기에 50%에도 못 미치던 것을 고려하면 사정이 다소 나아졌다.

하지만 당초 철도청이 계획했던 하루 74회 운행을 62회 운행으로 줄인 점을 감안한다면 역시 저조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당초 철도청이 세웠던 2007년 흑자 전환, 2016년 부채상환 착수 등 경영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반면 새마을.무궁화호 등 일반열차는 고속철 이용객의 1.5배 정도인 하루 평균 10만7천명(경부선 8만4천명.호남선 2만3천명)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대구역의 하루 이용객도 1만9천여명(고속철 1만1천500명)으로 고속철 개통 이전의 일일 평균 이용객 1만4천여명에 비해 5천여명 증가에 그치고 있다.

고속철 개통으로 인해 대구-김포간 항공기 운항이 종전보다 70% 가까이 감축된 데다 장거리 열차의 부족으로 경주.구미.김천 등에서 동대구로 오는 단거리 일반열차 이용객이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역시 불만족스런 수준이다.

이에 따라 고속철 개통 이후 운항 편수를 하루 4편으로 줄이고 승객 추이를 지켜보던 항공사들은 평균 탑승률이 80%에 이르자 조심스레 운항 편수 확충에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16일부터 대구-김포 노선에 1회 증편 운항을 시작했고 아시아나 항공도 1회 증편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향후 추가 증편도 고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철도청은 "지속적인 불황으로 교통수요가 11% 가까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열차 이용객은 고속철도 개통 이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 정도 늘어났다"며 "일부 열차의 운행 시간 및 운행 구간이 조정되는 7월부터는 사정이 호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승객 불만은 여전

처음 개통됐을 때부터 지적된 이용객들의 불만 사항은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다.

잇단 고장과 연착에 대한 불만은 시스템이 안정되면서 상당부분 개선됐지만 역방향 좌석, 일반열차 감축으로 인한 불편 등의 문제는 아직도 그대로인 것.

이용객들이 가장 불만스러워 하는 것은 역방향 좌석. 비싼 요금을 내고 고속철을 탔는데 일부 승객은 역방향 좌석 때문에 두통과 멀미로 고통스런 여행이 되기 때문이다.

터널 통과시 소음도 주요 불만요인 중 하나다.

일부 이용객들은 "터널을 통과할 때마다 귀에 통증이 발생, 잠을 이루기 어려울 정도"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일반열차 감축으로 열차 선택폭이 줄어들어 어쩔수 없이 고속철을 탑승해야 하거나, 목적지까지 한번에 갈 수가 없어 환승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주요한 지적사항이다.

이에 대해 철도청은 "오는 6월1일부터 역방향 좌석의 승객에게 운임의 5%를 할인해 주고, 장기적으로는 좌석 개조를 위한 용역을 의뢰했다"며 "터널 소음은 고속철도 소음특성 분석과 이를 통한 흡음재 개발로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고속철은 개통 이후 기술적 장애로 27차례, 운행 중 사고 등으로 인해 33차례 정지하는 등 모두 60차례 멈춰서고, 동대구역에서만 25분이상 지연된 열차가 10개에 달했으나 13일 이후로는 거의 정시 운행을 기록하며 시스템 안정화 단계에 돌입하고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사진 : 고속철에 값비싼 요금을 지불하고 역방향 좌석을 이용한 승객들이 두통과 멀미로 불만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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