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주국방' 한마디가 가져온 재액

한미관계가 뒤틀어져 동맹간 협의 채널이 완전히 무너진 듯한 인상을 준다.

미국은 지난 14일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을 한국에 일방 통보했다.

25일에는 캠벨 한미연합사 참모장 겸 미8군사령관이 '주한미군 전 세계 투입 가능', '한미 연합군의 국제 인도주의 지원 작전 및 동북아 평화유지 활동 수행'을 돌출시켰다.

정부가 안보에 민감한 내용을 협의 없이 발표한 데 대해 항의했다지만 미국이 성의 있는 반응을 보일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의 의도는 분명하다.

한국이 미국을 경시하면 거기에 상응하는 '맛'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한미안보동맹을 냉각시키고 방종적 자주노선을 주장한다면 미국은 미국의 길을 가겠다는 메시지다.

요약하면 "대북한 전쟁 억지 전용전력인 주한미군을 다른 용도로 전환하겠으니, 거기에 따른 한반도 안보 공백을 한국이 책임지라"는 것이다.

"20년 간 209조원의 국방예산을 조달하고, 미국에 와서 첨단전력을 애걸해서 사가라"는 배짱이 숨어있다.

'협력적 자주국방'이 완성될 때까지의 미국 정보력 구걸도 피할 수 없다.

경미(輕美)의 결과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한국을 국제 인도주의 작전에 끌어넣고, 동북아 분쟁지역에 투입시켜 고통을 공유하자는 길들이기의 의도까지 엿보인다.

지금까지 공짜안보를 즐겼으니 그 보답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심하게는 일본을 아시아 안보의 주추로 삼고, 한국이 아닌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불러들일 수도 있다는 경고로 비약시킬 수 있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자주국방'을 내세웠을 때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자주국방이 한미안보동맹의 굳건한 토대 위에서 이뤄졌다면 이런 막가는 식의 푸대접은 없었을 것이다.

참여정부의 안보전략이 유치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미국이란 나라는 아직까지 우리가 버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잘못된 안보전략이 앞으로 국민들에게 어떤 고통과 불안을 안겨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외교안보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때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