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윤기씨 '그리스 로마신화'번역 논쟁

"번역이 아니라 황당무계한 억측을 가미한 의역이다"(이재호 명예교수).

"번역이 아닌, 편역이기 때문에 '황당무계한 억측'이라는 말에는 문제가 있다"(번역가 이윤기씨).

영문학자인 성균관대 이재호 명예교수가 이윤기씨의 '그리스 로마 신화'의 번역 과정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씨가 반박에 나서면서 번역 또는 편역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12일 낮 경산시 대구가톨릭대 도서관 영상세미나실에서 열린 한국번역학회(회장 김지원) 학술대회에서 이 교수는 '중3-2 국어교과서의 번역진단'이란 논문을 통해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려있는 이씨가 번역한 '길잃은 태양마차'의 경우 황당무계한 억측을 가미한 의역"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기에는 원시에 없는 날조된 것이 수두룩하고, 설상가상 틀린 것도 많다"며 "탈락도 심하고 표기가 잘못된 것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씨가 번역한 '변신이야기'에는 '넬레우스'를 '넬레오스'로, '펜테우스'를 '펜테오스'로 잘못 쓰고, 트로이와 트로이아를 섞어 쓰는 등 인명과 지명의 발음 표기에 잘못이 많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윤기씨는 해명서를 발표하고 인명, 지명 등에 대한 이 교수의 지적은 맞다고 시인하면서도 자신의 글은 번역이 아닌, 편역이기 때문에 '황당무계한 억측' 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씨는 "이 글이 지난해 교과서에 실리기 전 '이윤기 옮김'이라고 된 것을 '이윤기 편역'또는 '이윤기 평설'로 바꿔 줄 것을 요구했다"며 "이것이 바로잡히지 않은 것이 큰 잘못"이라고 밝혔다.

번역학회 김지원 회장은 "문제는 교과서 수록 부분에 본인의 생각이 많이 들어가 있고 설명이 틀린 것도 많으며, 학생들이 잘못된 책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고치라고 했는데 안 고쳤다는 해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해 이후 번역과 편역 관련 논쟁을 지속할 뜻을 시사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전국 각 대학의 교수 10여명이 번역진단, 번역과 문화해석, 한영간 수식구문 번역의 문제, 북한의 번역 연구 등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하고, 논문별로 발표자 및 토론자들이 토론을 벌였다.

'번역학의 어제와 오늘'을 주제로 특별강연한 김 회장은 "흔히 생각하듯이 번역은 외국으로부터의 문화적 충동에 대한 수동적 복종으로 간주될 수만은 없다"며 "오히려 그것은 적극적이고 심지어는 공격적인 행위로서, 외국의 문화적 가치까지도 자국 실정에 맞게 응용하고 변용시킨다"고 번역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그러므로 번역학이 독자적인 학문으로서 완전한 자리를 구축할 때, 그것은 세계 문화의 발전에서 중요한 형성적 힘으로 대두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효중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문화적 관점에서 본 번역이론'이란 논문을 통해 "번역은 문화전이 이기 때문에 만일 번역과정에서 문화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를 번역이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화간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번역자는 문화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 다음에 그 문화권 내에서 통용되는 언어관습을 이해해야 한다"며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문화체계화의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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