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매일신문에서 지역관련보도 및 기획기사를 주로 읽는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매일신문에 대한 의견을 쓰고자 하는 데는, 매일신문이 서울의 변방지역의 한 '지방신문'이 아닌 지역의 자치 개혁적 발전을 꾀하는 '지역신문'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지역언론의 위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이상, 왜 지역언론이 살아남아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명분 이상으로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지역민에게 정당성을 얻는다. 그 논의의 출발점은 물론, 지역언론의 현주소에 대한 냉철한 자기반성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요, 또한 지역신문의 변화에 대한 의지와 결단이 병행되어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필자는 매일신문이 지역성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대전제 하에 몇 가지 제안을 해본다.
먼저 지역사안을 사실에 근거해 알리고 논하되 관 중심의 취재방식 즉, 제도권 인사를 좇아다니거나 제도권 발표에 의존하는 취재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밑바닥을 훑고 다녀야 한다. 더 지역민 속으로 들어가 민심을 잃고 수렴해내길 바란다.
다양한 시각을 담지 못하면 사회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본의 아니게 특정집단만을 대변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지역민들이 객관적으로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게끔 지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사실을 전하고 또한 지역민들 사이에 흐르는 다양한 의견과 정보들을 막히지 않게 알려내야 한다.
고질적인 지역문제에 대한 문제제기를 성역없이 해주길 바란다. 한 예로 지역주의 문제의 경우 타 지역의 예도 많이 들지만 분명 이번에 지역주의의 폐해가 드러난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현 정권과 연결될 고리가 없다는 점이 폐해가 아니라, 묻지마 투표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혹여 매일신문은 책임이 없는지 성찰해 보길 바란다.
이미 여러 언론기관에 대해 판세분석에 치우친 보도태도, 정파성 시비, 이미지선거 조장 등의 비판이 있어왔다. 적극 검토해 총체적 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 지역정치의 발전은 지역언론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눈 앞의 들보를 보지 못하면 발전이 없다.
두 번째로 지역신문이 지금까지 지역민들의 '자기결정권'에 입각한 '지방자치'의 실천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점검해주길 바란다. 혹여 중앙지의 뉴스보급에 앞장서면서 규모가 작다는 핑계로 지역뉴스 발굴을 소극적으로 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뉴스거리가 별로 없었다면 단순일회성 사건보도 이외에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의제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다루는데 어느 정도 고민해왔는지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필자 생각으로는 지역민은 지역 곳곳의 뉴스를 앞고 싶어한다. 현재는 서울에 정보와 뉴스가 매몰돼 있지만 동네의 학교생활, 도서관시설, 공원, 공연 혹은 도로개설과 안전 등에도 관심이 있다. 생활정치에도 관심이 많은데, 들리고 보이는 것은 서울의 얘기 혹은 관과 결정권자들의 얘기만 들리고 있으니 관심이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지역민이 봉이 아닌 주인이 되는 자치실현을 위해서는 시민들 속으로 파고 들어가 민심의 흐름도 거기서 읽고 바로 그 점에서 지역혁신과 발전의 방향을 찾아야 한다.
정치면은 보다 자세하고 쉽게 시정과 의회의 활동과 지역의원의 얘기를 써야 하고, 경제면은 지역경제의 건강한 자생력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심도있게 쓰여져야 하며 문화면은 지역의 작은 역사, 작은 음악회, 지역스포츠, 동네이야기로 채워야 한다.
물론 채울 내용이 그다지 많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뜻있는 사람들과 함께 생활주변의 부조리와 구조적인 문제점을 찾아나가면서 '주인자리'를 찾아나가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일이다. 그것이 지역신문이 해야 할 일이다.
여론주도층이란 말은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다. 적절한 대안이 없다면 만들고, 문제가 있다면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화두를 던져야 한다. 언제까지 관 주변, 출입처에서 생산되는 기사에만 목을 맬 것인가.
셋째 지역신문이 심도 있는 기획기사로 지역사회의 전망을 만드는데 일조하길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민들이 예측 불가능한 변화를 적시에 읽고 판단할 수 있도록 공론의 기회와 장을 마련하는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 지연 학연 등의 연고에서 자유로운 지역의 젊고 건강한 필진을 발굴하고 저변에 흐르는 지역민의 욕구와 불만, 바람 등에 적극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신문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 주간지인 '라이프매일'의 경우에는 기사와 광고의 구분이 애매하다. 게다가 정치나 스포츠분야를 제외했을 뿐 본지와 내용 면에서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본지에서 다루고 주간지에서 뒤늦게 또 다루는 이유를 모르겠다.
교육기사의 경우 입시교육 중심의 기사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함께 사는 사회를 지향한 인간교육'의 내용이 아쉽다. 한국사회에서 입시는 중요하다. 그러나 인성과 책임을 가르치는 교육도 아울렀으면 좋겠다.
경제, 환경, 문화 등을 거론할 때도 종합적인 시각 아래 논해주길 바란다. 사회 발전은 모든 영역의 유기적 발전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지역경제를 살린다고 유흥산업의 부활을 눈감는다든지, 혹은 위천공단의 문제처럼 지역경제엔 도움이 되지만 타지역에 문제가 되는 정책 등에 대해서는 보다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비판해주길 바란다. 이런 시각은 지역의 건강한 발전에도 도움이 못된다.
필자의 의견에 오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필자의 바람은 매일신문이 대구 경북의 각 영역을 자극하고 감시하는 공공재의 역할을 해내길 바랄 뿐이다. 지역에 대한 충실한 보도와 해석은 서울에서도 외국에서도 나올 수 없다. 지역의 경쟁력은 지역에서 나온다. 지역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매일신문이 큰 역할을 담당해주길 바랄 뿐이다.
매일신문이 지역민 삶터의 형편과 이웃에 무관심하지 않으며, 야박한 사람들이 되지 않도록 '열린 지역주의'를 일궈내는 공동체 신문이 되기를 바란다. 작은 이야기라 할지라도 지역민들 사이에 흐르는 의견과 정보를 잘 찾아내 합리적 사회를 향한 공론의 장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물론 안팎의 뚝심있는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의 의견들을 아우르면서 말이다.
방송인, 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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