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다가오면서 학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가계 사정이 나빠지면서 해외 어학연수, 영어 캠프 등의 프로그램에 자녀를 보내야 할 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것. 실제로 유학원, 어학원 등의 관계자는 올해 경우 '사스' 파동이 있던 지난해보다 해외 어학연수 참가자가 더 줄어들었다고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이달 말에 신청을 마감한다.
무리해서라도 과연 해외에 보내야 할 지, 국내 영어캠프에 보내면 어떨지 등에 대해 살펴보자.
▲해외냐 국내냐
비용 부담만 아니라면 해외 단기연수가 당연히 낫다.
프로그램도 해가 지나며 점차 실속 있으면서도 학생들에게 편리한 쪽으로 바뀌고 있다.
초기 어학연수는 대학이나 고교 기숙사에서 숙식하면서 단체 프로그램을 쳇바퀴처럼 도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학생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데다 외국 학생들끼리 집단 거주해서는 영어 사용의 기회가 많지 않자 홈스테이 형태를 선호하는 학부모들이 점차 늘었다.
홈스테이 역시 꿀 먹은 벙어리처럼 한 달여를 보내고 오는 경우가 적지 않자, 최근에는 현지 청소년 단체 등이 주최하는 캠프 같은 행사와 연계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몇 년 사이 국내 영어캠프도 부쩍 늘었다.
사교육기관은 물론 대학, 공공기관 등이 앞다퉈 열고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다.
비용은 제각각이어서 일반 캠프보다 약간 비싼 것부터 해외 연수 못잖은 경우도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
최근에는 연수 프로그램이 상당히 다양해졌다.
자녀의 성격이나 요구, 가정 여건 등을 고려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것. 예전에는 오전에 공부하고 오후에 관광지를 찾는 형태가 주류였지만 요즘은 외국의 정규 학교에서 공부하며 외국인의 집에서 거주하는 형태, 유학 준비를 병행하는 형태 등 다양한 종류가 나왔다.
해외 어학연수가 학생들에게 오히려 힘들다는 반응이 늘면서 색다른 형태도 선보였다.
매일신문사가 주최하는 미국 IVY리그 대학 탐방도 이런 요구를 수용한 것. 대구에서는 처음인 이번 탐방은 미국 동부지역 최고의 명문대를 방문, 대학 관계자나 유학생 등을 만남으로써 영어 공부의 적극성을 높이고 유학 등 구체적인 미래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고르나
우선 자녀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
지나친 조기 연수는 별 효과가 없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적어도 초등학교 4학년생 이상은 돼야 적응과 말 배우기 등에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성격 면에서는 다소 활발한 학생들이 나은 성과를 거두는 게 보통이다.
내성적인 성격의 학생들은 해외나 캠프에 보낸다고 해도 적응하는 데만 시간을 보내다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프로그램 선택 때는 여러 가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주관하는 기관이 공신력이 있는지, 그동안의 실적은 어느 정도인지, 현지 협력기관은 어떤 곳이고 믿을 만한지, 프로그램 내용과 수업 형태는 어떤지 등은 기본적으로 챙겨야 한다.
국내 영어캠프는 주최하는 곳이 워낙 많아지다 보니 참가 학생의 수준도 제각각이다.
자녀의 수준에 적합한 캠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동기 부여에 의미 둬야
큰 돈을 들여 해외에 어학연수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짧은 기간에 많은 성과를 거두고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귀가 뚫리고 말문이 터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해외 연수의 성과가 그만큼 크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입증되고 있다.
4~6주 정도 생활한다고 도사가 될 만큼 외국어 습득이 만만한 것은 아니다.
영어가 세계화 시대에 꼭 필요한 언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즐기며 공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정도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좋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고, 외국인을 만나도 두려움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는 정도로도 상당한 수확이다.
국내 영어캠프에 대해서는 더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 좋다.
국내 캠프의 경우 오전에는 원어민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만 오후에는 놀이나 체험이 대부분이다.
아무리 'English Only'라고 해도 우리 아이들끼리 붙여놔서는 큰 실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반 캠프보다는 영어에 친숙해지는 환경이 많다는 정도로 만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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