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법부 빼고 수도이전?

이해찬 총리후보 청문회서 반대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후보가 국회 인사청문회 답변에서 신행정수도에 사법부를 옮기는 데 반대한다는 뜻을 밝혀 여권이 사법부를 이전 대상에서 제외해 천도(遷都) 공세를 돌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총리 후보는 24일 국회 총리 인사청문회에서 "사법부가 옮겨간다고 해서 천도로 비화됐는데 원래 취지는 사법부까지 가는 것은 아닌 걸로 알고 있고,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사법부에 대한 수요는 행정수도보다 서울에 더 많이 있다"면서 "대법원이 간다고 해서 인구 분산이나 과밀억제에 크게 기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아마도 신행정수도 이전추진단에서 행정수도 이전의 완결성을 위해 사법부를 포함한 것 같다"고 했다.

국회 이전 여부는 국회에 공을 넘겼다.

이 후보는 "입법부는 서울에 있어도 행정부의 장차관이 출석하는 것이지 공무원들이 여기까지 올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며 "입법부는 자체에서 판단해도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그러나 "이미 설정된 사안을 실행하지 않으면 더 큰 새로운 부작용을 낳는다"며 행정수도 이전 자체는 예정대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의 이같은 답변은 신행정수도건설추진단의 기본 입장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추진단은 홈페이지에서 이전 판단 기준과 관련 "삼권분립 원칙에 의해 자체적으로 이전 여부에 대한 입장이 정리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이 후보의 이날 신행정수도 건설 관련 답변은 단순한 소신이 아니라 청와대 등 여권과 의견 조율을 거친 결과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 한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한 사법부 이전 방침에 대해 총리 후보가 혼자 생각으로 반대한다고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조율 가능성을 시사했다.

여권이 사법부를 이전 대상에서 제외하고 국회는 국회의 판단에 맡긴다고 해서 야권의 '천도 공세'가 숙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한나라당 의원 다수가 신행정수도 건설에 반대하고 박근혜(朴槿惠) 대표 또한 "민의를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통과시켰다"며 국민에게 사과해 신행정수도건설이 잘못이란 기본 인식을 드러낸 바 있기 때문이다.

신행정수도 건설을 둘러싼 논란은 김선일씨 피살 사건으로 당분간 잠복기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각각 당내에 특위를 구성해 찬반 논리를 개발하고 있어 조만간 여야의 기싸움이 재연될 공산이 크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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